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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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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사실 꽃이 피고 지는 것에 대해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곱씹어 생각하니 계절이 바뀌는 것 자체에 무감각했던 모양입니다. 벚나무에서 벚꽃이 피고, 매화나무에서 매화꽃이 피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거죠.봄꽃을 찾아나서는 여행을 시작한 뒤로 이상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핀 목련꽃이 너무도 탐스러워 출퇴근때마다 가까이서 들여다보곤 합니다. 이제 겨우 움을 틔우기 시작한 벚꽃이 활짝 피어나는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수시로 지켜봅니다. 그러다 보니 길가에 핀 노란 개나리가 진 자리에서 파란 잎이 돋아나는 모습도 눈에 들어옵니다.

고속도로변의 모습도 달라보입니다. 가로수 마다 만개한 꽃들은 이제 고단한 취재길의 새로운 친구가 됐습니다. 봄의 색깔이 이런 것이었나 새삼 놀라게 됩니다.

남으로 내려가면서 달라지는 전경도 눈에 띕니다. 수도권 일대에선 벚꽃이 꽃망울을 맺기 시작했지만 남녘에는 절정기를 지나 꽃잎을 떨궈내고 있습니다. 땅에 떨어진 꽃들은 눈꽃이 되어 휘날립니다. 바닥에 깔린 꽃을 발로 차면 금새 눈꽃으로 변합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제주에서 시작하는 꽃소식이 수도권까지 도달하는 데 대략 20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매일 22㎞의 속도이니, 한 시간에 1㎞정도 북상하는 셈입니다. 한반도의 끝에서 아주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 늘 봄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거죠.

아직도 아파트 단지에는 꽃이 피지 않은 나무들이 있습니다. 이 나무에서는 곧 어떤 꽃들이 솟아나올지 궁금해집니다. 혹시 새순이 돋지 않나 싶어서 가까이 갑니다. 몇몇 나무에서 움트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아기를 기다리는 부모의 심정이 이런 걸까요.

봄이 즐거워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큰 변화도 아닌데 말이죠. 예전보다 사물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 것이 전부인데, 이젠 세상이 달라보입니다. 손톱 만큼의 투자치고는 너무도 큰 수확입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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