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親盧) 인사들의 잇단 '분당 발언'을 계기로 열린우리당의 복잡한 계파 구도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분당론은 총선 후 친노 직계그룹에 의한 이념적 핵분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 향후 계파간 힘겨루기와 분란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노사모 회장을 지낸 명계남씨는 최근 "탄핵 후 똥묻고 흙묻은 사람이 더 몰려온다"며 분당을 주장했다. 문성근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의 '잡탕 분당론'과 같은 맥락이다. 파문이 커지자 명씨와 문 본부장은 6일 "중장기적 정당 발전방향을 말했을 뿐"이라며 탈당을 선언했다. "수구 언론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명분이었지만 당 안팎의 책임론에 등을 떠밀린 형국이다. 다만 자원봉사자로서 활동의 보폭은 유지키로 해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는 해석도 나왔다.
'분당론'은 창당 과정에 근본 원인이 있다. 민주당 신주류와 한나라당 탈당파, 개혁당, 신당연대, 노 대통령 측근 그룹이 뒤섞이면서 이념적 스펙트럼이 3중4중으로 중첩됐기 때문. 공천 및 탄핵 과정에서 계파간 노선 및 이해관계가 부딪힌 것도 갈등 증폭의 계기가 됐다.
우리당은 정동영 의장 중심의 당권파와 친 김근태 원내대표 계열, 친노 직계가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386측근과 개혁당 출신으로 이뤄진 친노 직계는 급진적 성향 때문에 '원리주의자'라는 비판을 받는다. 분당론의 진앙지인 노사모 등 외곽단체도 여기에 속한다.
당권파는 신기남 김영춘 의원 등 당 간부와 외부 영입인사들이 주축을 이룬다. 현실주의 노선 때문에 친노 직계로부터 "보수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민주주의 원칙을 중시하는 김근태계는 각종 현안을 놓고 정 의장과 마찰을 빚지만 협력관계의 틀은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원로·중진그룹과 중도관망파가 외곽에 포진하고 있다. 문 본부장과 명씨가 지목한 '잡탕과 보수'는 정 의장 주변의 외부인사와 일부 중도파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유시민 김영춘 의원 등은 총선 악영향을 의식한 듯 "분당은 결코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명씨 등의 탈당으로 사태는 진정됐지만 총선후 '노선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높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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