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16일까지 남북통일을 실현하겠다." "1등 당첨금 7,200억원짜리 복권을 만들겠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각 후보자들이 허황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언뜻 귀가 솔깃할지 모르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황당한 공약(空約)이 상당수다. 서울 양천갑의 F후보는 "2005년 8월16일까지 남북통일 달성"을 약속했다.
현재의 국제정세와 남북관계에 비춰 이뤄지기 힘든 공약인데도 F후보는 "다 계획이 있다"고 강변한다. 경기 김포의 H후보는 한술 더 떠 60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월 5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허무맹랑한 공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강원 고성·속초·양양 지역의 A후보는 동해안 관광 활성화를 위해 93㎞에 이르는 해안 군사 철조망을 임기 중 모두 제거하겠다고 주장했다. 군 기관의 시행불가 입장에 대해 그는 "국방부 통합방위법과 대통령 훈령만 개정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 지역에 출마한 B후보는 "내가 보유한 300여 특허건의 예상수익이 연 4,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를 지역 초·중·고생 12만여명의 무료급식비로 쓰겠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과 어긋나거나 예산 조달도 어려운 초대형 국책사업을 내건 경우도 많아 강원의 E후보는 "임기 중 서울―속초 고속철도를 개통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정치인 부패 척결문제에 대해서도 황당한 공약이 많았다. 서울 강북갑 I후보는 뇌물토벌 특공대를 조직하고 정부와 기업의 모든 수입과 지출을 수표로 처리토록 해 검은 돈의 흐름을 완전 차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광주 북구에 출마한 J후보는 시·도별로 특별수사청을 만들어 정치인은 물론 친·인척까지 모든 민·형사사건을 전담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군소정당들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무더기로 내놓았다. K당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1등 당첨금 7,200억원짜리 복권을 만들겠다"고 명시했고, M당은 좌익세력을 몰아낸 뒤 헌법개정을 통한 7공화국 수립을 내걸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선 공약과 달리 후보자 개개인의 총선 공약에 대한 검증작업은 시민단체 차원에서도 어려운 일인 만큼 유권자 개개인의 합리적 판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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