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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동시, 백석 수필 새로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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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동시, 백석 수필 새로 발굴

입력
200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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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까막이 불까막이들녘지붕 파먹어라

내려왔다 쫓겨갔나

서쪽 서산 불야 불야

(정지용의 '넘어가는 해' 전문)

동네집에 강아지는

주석방을/

칠성산에 열흘 달은

백통방을/

갸웃갸웃 고양이는

무엇 찻나/

('겨울밤' 전문)

시인 정지용(1902∼1950)과 백석(1912∼1995)의 작품이 새로 발굴됐다.

시인 박태일(50) 경남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연구서 '한국 근대문학의 실증과 방법'(소명출판 발행)에서 정지용 시인의 동시 두 편 '넘어가는 해' '겨울밤'과 백석의 수필 '조선인과 요설'을 공개했다.

'넘어가는 해'와 '겨울밤'은 정지용이 잡지 '신소년' 1926년 11월호에 '지용'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것이다. 정지용은 습작기부터 동시를 많이 썼고 첫 시집 '정지용 시집'(1934) 3부에 동시를 모아 실었다. 이번에 새로 발굴된 동시 두 편은 첫 시집과 다른 시집에도 실리지 않은 작품이다.

두 동시에 대해 박 교수는 "노랫말로 불려질 것을 고려해서 쓰여진 작품"이라고 보았다. "'넘어가는 해'는 시골 들녘에 내리는 노을과 풍경, '겨울밤'은 술판이 벌어진 주석(注席)방을 기웃거리는 강아지, 곰방대 터는 노인의 방을 기웃거리는 칠성산의 달, 잠들지 않고 오가는 고양이 등 그윽하고 따뜻한 겨울밤 풍경을 묘사했다"는 것이다.

백석의 수필 '조선인과 요설(饒舌)'은 '백석전집'에 제목만 알려져있던 것으로 '만선일보' 1940년 5월 25, 26일자에 실린 것이다.

'그 무슨 요설인고 허튼 수작인고… 나는 조선인의 말 만흔 것을 미워한다'로 시작해, '입을 담을고 생각하고 노하고 슬퍼하라. 진지한 모색이 잇서 더욱 그러할 것이요 감격할 광명을 바라보아 더욱 그러한 것이다'로 끝나는 이 글은 동포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담긴 산문이다.

"조선인들이 깊은 생각 없이 요설에 빠져 있다는 데 노여워하는 백석의 깊은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으며, 일제의 수탈과 억압 속에서도 옹골찬 의지를 갖고 살겠다는 다짐을 읽을 수 있다"고 박 교수는 풀이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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