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미국 퀄컴사로부터 휴대폰 관련 각종 칩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비용이 1조원에 육박하는 등 국내 전자업계의 핵심 부품 수입의존도가 아직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휴대폰 관련 칩을 사기위해 퀄컴에게 지불한 비용은 각각 4,050억원, 5,473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전체 부품 구매 규모가 20조5,864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퀄컴 칩 구매 비용이 2% 정도 차지하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 들어가는 인텔 칩 구매비용으로 부품 구매 전체 규모의 1%가 넘는 2,743억원을 썼다. LG전자도 인텔, IBM, HP 등으로부터 CPU 칩을 구매하기 위해 2,653억원을 사용했다. 또 소니로부터 스토리지 디바이스용 IC 부품 4,406억원 어치를 구입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삼성전자가 매년 사들이는 부품 종류만 수십만 종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1∼2%는 상당한 비중"이라며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헛장사를 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휴대폰 등 주요 제품의 매출이 커질수록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외국 업체에 지불하는 로열티 규모가 급증하는 것은 물론, 새로 로열티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특허료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지급수수료 계정이 지난해 1조2,903억원에 달했다. 2001년 8,249억원을 기록했던 지급수수료 계정은 2002년 1조313억원으로 1조원 대를 넘어선 이래 매년 급증하고 있다.
또 사업보고서에 경영상의 주요계약으로 공시한 삼성전자의 로열티 계약도 지난해 4월 체결한 일본 마쓰시타와 DVD 원천기술 사용 로열티 계약을 비롯해 모두 6건에 이르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원천기술을 갖지 못한 핵심 부품의 경우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수입을 해야만 하는 처지"라며 "하지만 나머지 부품의 경우 국산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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