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영화에서 마을에 한 악당이 나타나 동네를 완전히 뒤집어 놓고 떠난다. 그때 보안관은 이웃 읍내로 볼일을 보러 갔다. 돌아와 보니 사상자도 몇 발생하고 마을이 아주 쑥밭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목격자 소년에게 묻는다."그래. 그 시간이 얼마큼 걸렸는데?"
"많이 걸리지는 않았어요. 주기도문을 외는 시간만큼요."
그러면 보안관은 보안관 나름대로 그 악당이 마을에 출몰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작폐를 저지르고 떠났는가를 짐작한다. 아마 그것은 중국 무협영화에서 말하는 '차 한 잔 마실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인 게 분명하다.
내가 어릴 때 들은 우리 동네의 시간으로 '꼴 한 짐 벨 동안'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동안이면 꼴 한 짐 베었겠다'거나 '꼴 한 짐 벨 시간을 못 내서' 등에 사용하는 말이다. 지금 생각하니 대략 한 시간쯤을 이르는 말 같다.
서양에서는 한때 '소 한 마리 젖 짜는 시간'이라는 말을 많이 썼다는데, 이것은 또 '주기도문을 외는 시간'과 비교하여 어떤지 모르겠다. '빵이 구워지는 시간'과 '밥이 뜸드는 시간'이 다르듯 지역마다 문화마다 시간의 표현도 이렇게 달랐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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