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혜 누님도 되고 했으니까 한나라당 찍어줘야 되는 거 아잉교."5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김유수(34)씨의 일성은 대구에서 '박근혜 효과'가 만만치 않음을 실감케했다. 4, 5일 이틀간 대구·경북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표심은 김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20∼30대 젊은 층마저도 한나라당쪽으로 급속히 기울고 있었다. 이 같은 민심동향에는 '朴風'외에도 '거여(巨與) 견제론'에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이 결정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게 현지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일부 우리당 지지 목소리도 나왔으나 대종을 이루진 못했다.
우방랜드에서 만난 회사원 김주영(28)씨는 "열린우리당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많은 것 같다"며 "박근혜씨 되고 난 다음에 달라지고 있는 한나라당을 찍겠다"고 했다. 대구 중심가 동성로에 나온 대학생 이상직(26)씨는 "정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에 크게 실망했다"고 했고, 대학생 이진하(25)씨도 "탄핵 이후에 우리당은 너무 오만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정수(35)씨는 "여당을 견제할 건강한 보수야당으로서 한나라당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만난 김진철(39)씨도 "여당 지지가 너무 많으면 여당이 또 잘 못할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한번 더 믿어보고 싶다"(대학생 김동길씨·25·동구 효목동), "여당에 힘을 부여해줘야 한다"(구미 직장인 김동욱씨·33)는 유권자도 있었으나 이들도 "후보는 아직 결정 못하고 인물을 보고 찍겠다"고 했다.
중·장년층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정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은 상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TK 민심을 크게 자극하고 있었다. 칠성시장 상인 최연조(58)씨는 "대구경제 살리는 것은 그래도 한나라당"이라고 했고, 구미역 앞 중심가 원평동에서 안경가게를 하는 송창호(45)씨도 "청년 실업이 넘쳐나는데 여당이 한게 뭐 있냐"고 성토했다. 페인트공 황시도(55)씨는 "국가 발전에 큰일 한 노인들한테 정 의장이 그런 소리 하면 되나"고 목청을 높였고, 식당 주인 김명선(40·여)씨는 "그렇게 경솔하게 말하는 건 정치 지도자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찍겠다고 했다. 구미 인동시장에서 만난 육인숙(50·여)씨는 "지지하는 당이 없었는데 정 의장의 발언을 보고 '아직 멀었구나'는 생각에 한나라당을 지지하게 됐다"고 했다. 우리당 관계자는 "이제 TK에서 한 두석만 얻어도 큰 성과일 정도로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구미=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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