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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상암, 바그다드는 외롭지 않다"/친선 축구경기 중계 이라크 방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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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상암, 바그다드는 외롭지 않다"/친선 축구경기 중계 이라크 방송팀

입력
200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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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7시, 한국과 이라크의 올림픽축구대표팀 친선경기가 열린 상암동 서울 월드컵 경기장 중계석에서는 빠르고 격한 아랍어가 쏟아져 나왔다. 이라크 최대 방송사인 '이라키아'의 스포츠 캐스터 피안(28)씨가 경기 상황을 이라크 전역에 생중계하는 소리였다.MBC 초청으로 카메라맨 2명과 함께 한국을 찾은 이들은 6월 자이툰부대의 이라크 파병을 앞두고 양국의 평화·친선을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를 더욱 빛나게 했다. 이들은 "이라크는 원래 축구 열기가 높고 (곧 파병할) 한국과의 대결이어서 관심이 폭발적이다. 아마 이라크 국민 대부분이 TV 앞에 앉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서 한국군 파병에 대한 의견과 이라크의 방송 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군 파병에 대해 이라크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많은 이라크 국민이 2002 한·일 월드컵 경기를 지켜 봤다. 이라크처럼 전쟁이라는 재앙을 경험했던 한국이 위기를 극복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인군이 테러 위협 때문에 철수했고 미군만으로는 치안 유지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국군 파병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군 파병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미국과의 전쟁 이후 이라크 방송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후세인 치하에서는 언론 통제로 인해 글 한 줄을 쓰거나 사진 한 장을 찍으려 해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자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쓰고 싶은 건 쓰고 찍고 싶은 건 찍을 수 있다. 전후 후세인 관련 보도를 내보내던 국영 방송 '이라크'도 없어졌다."

―전쟁으로 방송 시설이 파괴됐을 텐데 정상적인 방송은 가능한가.

"대부분의 방송국이 전쟁 중 파괴되거나 미 군정 하에서 폐지됐다. 그러는 사이 2003년 4월 '이라키아' 방송이 미 국무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탄생했다. 처음 하루 2시간밖에 방송을 내보내지 못했지만 개국 두 달 만에 320명의 직원이 지상파와 위성을 통해 24시간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라키아 방송이 미 군정의 위탁을 받아 레바논 출신 사장이 경영하고 있을 뿐더러 직원들도 지나치게 친미적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들었다.

"현재 미국과 관계를 맺지 않고 일 할 수 있는 곳은 이라크 어디에도 없다. 직원들 중에는 후세인 지배 아래서 정치적으로 탄압 받았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 후세인 기자는 형이 미국으로 망명하는 바람에 취직도 못하고 감시를 받았다. 그러나 함께 온 카메라맨 와히드처럼 국영방송에서 일하던 능력 있는 방송 인력을 검증 절차를 거쳐 받아들이기도 했다. 우리는 국민과 고유의 전통적 정서에 어울리는 성향의 방송을 하고 있다. 미국 프로그램도 영화 말고는 일절 방송하지 않고 있다."

―특별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여성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성의 지위 향상, 남녀 평등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는 '히야(그녀)', 스포츠 뉴스를 전하는 '자리다트 리아다(스포츠 매거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이 한국에 오는 길을 험난했다. 전시나 다름 없는 상황이라 여권을 발급 받지 못해 여행증명서 한 장만 들고 이라크주재 한국 대사관 직원과 함께 15시간만에 국경을 넘어 요르단을 거쳐 입국했다. 그들은 "행사가 끝나고 며칠 더 체류하는 게 가능하다면 한국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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