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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알까 불붙은 이 마음을/ 창녕 화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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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알까 불붙은 이 마음을/ 창녕 화왕산

입력
2004.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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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전 국토를 뒤집어놓았다. 동백, 매화, 개나리에 이어 만개하는, 봄꽃의 대명사, 벚꽃은 한반도 곳곳을 지나 종착역인 서울 윤중로에까지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벚꽃이 도심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봄꽃이라면 진달래는 약간의 다리품을 팔아야 볼 수 있는 꽃이다. 대부분 산 능선에 집단 군락지를 형성한다. 가까이에 있지만 쉽게 범접하기 어렵다. 가까이 하면 할수록 알 수 없는 님의 마음이랄까. 그래서인지 진달래에는 늘 많은 사연이 담겨있다. 진달래를 소재로 한 시와 노래가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남녘의 웬만한 산을 오르면 어렵지 않게 진달래를 발견할 수 있는데 경남 창녕군에 위치한 화왕산(火旺山)은 이중에서도 손꼽히는 진달래 군락지이자 진달래 명소다. 가을이면 억새장관을 이루는 바로 그 곳이다. 봄이면 진달래로 불붙고, 정월대보름이면 억새를 태워 불이 붙는다. 높지 않은 산(757m)이지만 너무도 많은 볼거리가 있다.

창녕읍 말흘리 자하곡 매표소와 창녕읍 옥천리 옥천 매표소 2곳에 등산로가 있다. 자하곡을 택한다. 입구에는 벌써부터 꽃잔치가 벌어졌다. 진달래가 지천이다. 개나리와 벚꽃까지 가세했다. 그야말로 울긋불긋 꽃대궐이다. 개나리와 벚꽃은 이미 만개상태를 지나 영락(零落)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시작부터 경사가 가파르지만 상춘곡을 읊다 보면 힘들 겨를이 없다.

산세가 비범해 유서깊은 절 하나쯤 나올 법하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렇다. 20분 가량 걸으니 두갈래길이 나온다. 왼쪽에는 도성암이라는 암자가 있다. 신라 현덕왕 2년(810년) 지월선사가 창건했다. 임진왜란때 불에 타 없어졌다가 이후 중건됐다. 절 뒤로 등산로가 나있으나 정비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당분간 이용하기 어렵다.

절에서 나와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으니 산림욕장이다. 또 두갈래 길이 나온다. 인근 주민에게 진달래가 많이 핀 곳을 물으니 전망대 방향을 알려준다. 대신 길이 험해 어느 정도의 고생은 각오하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산림욕장에서 전망대로 오르는 길은 하늘을 가릴 듯이 솟은 소나무와 그 사이로 핀 진달래가 어우러져 오묘한 색채의 대비를 빚어낸다. 10분을 지나니 전망대이다. 뒤로 창녕읍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물 한모금과 함께 신발끈을 단단히 고쳐 맨다.

전망대를 지나는 이 코스는 제1등산로라고 부른다. 대부분 바위여서 오르기 쉽지 않다. 암벽등산에 가깝다. 곳곳에 매달려 있는 로프에 의지해야 할 때가 많다. 대신 고생하는 만큼의 보답이 기다린다. 숨이 막힐 정도의 난코스이지만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경치가 이어진다. 하나를 지나면 또 다른 바위산이 나타나지만, 바위에 올라 바라보는 풍광은 눈을 떼지 못할 정도의 즐거움을 준다.

네발짐승처럼 사지를 이용, 산을 오르기를 1시간, 드디어 바위산 정상이다. 배바위라는 곳이다. 바위틈이 좁아 사람들이 배를 붙이고 지나가야 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여기서부터 화왕산 정상까지는 평지나 다름없다. 5만6,000평규모의 분지이다. 억새군락지이자 진달래군락지이기도 하다. 사람 키만한 억새평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언뜻 언뜻 진달래 꽃봉오리가 보인다. 산 아래는 흐드러졌지만 이 곳은 지금부터 붙붙기 시작, 산능선을 따라 번져가고 있다. 17일을 전후해 붉게 물든 진달래 천국을 맛볼 수 있다.

화왕산 정상일대는 진달래와 억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쪽으로 향하면 용지(龍池)라는 연못이 나온다. 3군데에 물이 고여있다. 창녕 조씨의 시조가 잉태된 영지로 알려져 있다. 용지 옆으로 나 있는 화왕산성(사적 64호)도 볼거리. 대장금 칭호를 부여받은 의녀 서장금이 기뻐할 새도 없이 귀향을 떠나는 그의 연인 민정호를 쫓아 뛰어오는 애틋한 장면이 바로 이 곳에서 촬영됐다. 그러고 보니 이병훈 감독은 유독 화왕산에 애정이 깊은 모양이다. 산성 동문을 지나 관룡사로 가는 길에 그의 또 다른 대표작 '허준'과 '상도'를 찍은 세트장이 있다. 이 일대 역시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올라올 때 전망대코스를 택했으니 제2등산로를 이용, 하산한다. 정상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길이 나있다. 내리막길 경사가 심해 조심해야 한다. 난코스가 400m 가량이지만 이 길을 오르막길로 택했다면 느낌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고개 이름이 '환장고개'란다. 오르막길이 너무 험해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숨이 거의 넘어간다고 해서 '깔딱고개'라고도 한다. 환장고개 입구에서 나머지 코스는 평이하다. 산을 내려오니 또 다시 벚꽃과 개나리가 나그네를 맞는다. 몸은 힘들지만 눈이 즐거운 여행이다. /화왕산(창녕)= 글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사진 산림청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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