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감쪽같이 깜짝 놀래 줄 거야'를 이념이라고 표방한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에 처음 들어가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정치웹진을 자처하지만 대안 언론으로 일컫기는 마땅치 않은 이 곳을 찾은 것은 3월15일자 지평선에 쓴 글 '탄핵과 공영방송'을 심하게 욕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전해 들은 때문이다. 글 쓰고 욕 먹는 건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더러 이름만 들은 생소한 매체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편집장 겸 고정필진 공희준이란 이가 쓴 칼럼 형식의 길고 긴 글을 읽으니 화도 나고 웃음도 나다가 끝내는 그냥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여러 고려를 떨치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다.■ 지평선 글은 탄핵사태에 공영방송이 격앙돼 국민 반응을 허탈과 분노 일색으로 편향되게 전하고, 나라에 곧 위기가 닥칠 것처럼 선정적 보도를 한 것은 잘못이란 요지였다. 격앙된 이들의 울분을 돋우는 글일 수 있지만, 탄핵에 대한 소견과 관계없이 공영방송의 본분을 일깨우려는 취지였다. 그런데 서프라이즈 칼럼은 이 글이 "방화범이 지른 불을 보고 '불이야' 라고 외친 사람에게 꿀밤을 주고 조용히 잠이나 자라고 강변했다"고 비난했다. 이것부터 옳은 비유는 아니지만, "의회쿠데타를 합리화하고 시민의 정당한 저항과 분노를 사회혼란으로 평가절하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좀 짜증스럽다.
■ 이 정도는 흔한 독자의 비판으로 들을 수 있다. 정작 어이없는 것은 필자를 한국일보의 대표적 진보파로 추켜세운 뒤, "그가 이런 글을 쓴 것은 언론인으로서가 아니라, 회사의 중견간부사원으로 총대를 멨다"고 제멋대로 규정한 것이다. 무슨 소린가 했더니, "한국일보는 회사주변 재개발이 행정수도 이전으로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반(反) 노무현으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총대를 멘 속사정이라는 설명이었다. 필자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주장이니 웃음부터 나왔지만, 글을 다 읽고 사이트 곳곳을 둘러본 다음에는 화도 나고 한숨도 나왔다.
■ 필자가 개탄하는 것은 단순히 범죄수준의 악의적 비방 때문이 아니다. 그런 글을 쓰는 이가 논객을 자처하거나, 서프라이즈가 대안 언론으로 행세하는 것도 좋다. 문제는 범죄적 글쓰기를 주저하지 않는 매체가 노무현 대통령의 지원세력으로 버젓이 활동하는 현실이다. 노 대통령은 이 매체 창립 1주년에 친히 축하 기고를 했다. '서프라이즈 필진의 열정과 노고, 번득이는 통찰력과 혜안'에 경의를 표하는 내용이다. 서프라이즈의 명예훼손에 법적대응을 해야 옳은지 대통령에게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개혁의 이름으로 이런 한심한 일들을 정당화한다면, 그 개혁은 결코 값진 결실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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