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가 1심 재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법원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위해 '지도적 임무'를 수행한 주된 활동으로 그의 저술 활동, 특히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이론 제공을 든 것은 '학문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것이기에 납득하기 어렵다.나는 송 교수가 북한 연구 방법론의 일환으로 제시한 내재적 접근법이 학생운동, 진보진영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현상을 우려하면서 1993∼94년에 그 이론을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 후 송 교수 역시 나의 입장을 반박하고 나 역시 재반박하는 글을 발표함으로써 격렬한 논쟁이 달아오르기도 했다.
작년 9월 송 교수가 귀국했을 때 한 신문사에서 그의 학문 세계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이 왔다. 그러나 내 글이 공정한 평가를 받기보다는 보수와 진보 양측의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릴 것 같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 후 신문 기사에서 송 교수의 내재적 접근법을 비판하는 대표적 학자로 내 이름이 거론되는 것을 보았다. 수사 과정이나 공판정에서 송 교수를 비판하는 논거로 내 이름과 글이 인용되기도 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사법부의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면서 침묵을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판결을 지켜보면서 나에 대한 부당한 의혹을 해명하는 것은 물론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학문의 자유를 위해 이제 몇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나는 내재적 접근법이 통째로 잘못되었다는 일방적 비판을 제기한 적이 없다. 여러 편의 논문에서 그 결함을 비판만 한 것이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장점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둘째 국가보안법의 실효성을 일단 긍정하는 전제에서 말하더라도 법원은 송 교수가 지도적 임무를 수행한 주된 활동을 저술이 아닌 다른 활동에서 찾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채택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송 교수의 저술 활동, 특히 내재적 접근법이 "맹목적 친북 세력을 양산해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되었다는 논거로 유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학자에게는 저술 활동이 학문과 사상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이기에 법원의 판결은 바로 그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설사 송 교수가 저술 활동을 통해 학문의 자유를 남용한 혐의가 인정된다 해도 그 남용은 학문의 자유를 통해 학문의 발전과 진리의 발견을 추구한다는 더욱 커다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주사회가 치르기로 합의한 암묵적 비용이기도 하다. 따라서 송 교수의 이론이 잘못된 것이라 해도 그 시시비비는 정치의 장이 아니라 학문의 장에서 가려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독재정권 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이 전면적으로 개정되거나 아니면 폐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설사 과거에 그 법이 남한을 지키는 유효한 수단이었다 해도 냉전이 끝나고 남한의 국력이 북한에 비해 현저하게 우월한 것으로 판명된 현재의 상황에서 득보다 실이 더 많은 법률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보수세력도 국가보안법이라는 억압적 장치에 매달리는 구태의연한 태도를 버리고 좀더 건강하고 세련된 논리를 갖춘 이론과 사상을 통해 자기 입장을 옹호하는 체질 개선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를 독재적 방식이 아니라 민주적 방식으로 지키기 위해 수구적 보수가 자생적 보수로 거듭나는 길이기도 하다.
/강 정 인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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