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갈 때마다 작은 우리나라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곤 한다. 단순한 모방이나 반복만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의 전략은 그들과는 달라야 한다. 권투 경기에서 헤비급 선수와 플라이급 선수의 전략이 같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TV에서 보고 들은 한 장면이 떠오른다. 한 미국 경찰이 일본에 파견 교육을 갔다. 미국보다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이는 일본의 치안 시스템을 현장에서 체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가 일본 견학을 마치고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일본은 우리보다 소수의 인원으로 치안을 잘 확보하고 있지만 일본의 시스템을 미국에 적용할 수는 없다. 나라별로 환경과 특성이 다르므로 거기에 적합한 새로운 전략과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같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선진국과 동일선상에서 출발하여 경쟁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전망이 밝다고 판단되고 문제의 기술이 어느 정도 성숙되었을 때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투자할 때 경쟁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들과 동시에 뛰어들어 유사한 전략으로 경쟁하면 앞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초기 단계에서 많은 시행 착오와 엄청난 투자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한국형 고속전철 기술 개발 사업이 아닌가 한다. 우리 기술진은 불과 7년의 연구 끝에 고속철의 속도를 시속 350㎞로 만들었다. 연구 개발을 시작할 당시 우리의 철도 기술은 상대적으로 매우 낙후되어 있었다.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투자로 고속전철 기술을 개발해 낸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고속전철 사업을 하는 데에는 자체 개발한 한국형 고속전철 투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기술 개발의 파급 효과도 매우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에서 이러한 중간 진입 전략을 일부 사용하고 있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제는 미래의 성장 산업으로 기대되는 산업이라 할지라도 각 연구 주체나 부처들이 예산 확보 경쟁에 앞서 언제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하고 진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최종적인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할 때가 됐다.
김윤호/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