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세계 증시의 상승 기조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는 물론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이머징 마켓의 선두 주자들은 물론 10여년의 불황을 겪은 일본 증시의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한국 증시 역시 종합주가지수 900선 부근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크게 봐서는 이러한 세계 증시의 흐름을 잘 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 증시의 강세 요인으로 많은 투자가들은 미국 경제의 꾸준한 회복 기조와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을 꼽고 있다. 최근 미국 고용 지표가 본격 회복 조짐을 보이자 그간 미국 경기 회복의 지속성에 의문을 가져왔던 투자가들조차 미국 경기의 선(善)순환적 회복 시나리오에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아울러 미국 물가 상승률이 충분히 낮은 점도 금리 인상에 대한 불안심리를 희석하면서 장세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장세 인식은 세계 증시의 상승 엔진이 여전히 미국의 경기 회복과 유동성 공급이라는 시각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세계 증시의 무게 중심이 중국을 핵심으로 하는 아·태 지역으로 소리 없는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작년 세계 증시의 상승세에 불을 당긴 것은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의 2분기 기업실적 호전이었지만, 당시 지역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아·태 지역에서의 매출 증가가 전체 기업이익을 견인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기업이익 호전의 이면에는 중국이 적지 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본의 가파른 경기회복은 대중국 수출이 견인하고 있다. 이 역시 확실한 중국효과다. 대만 한국 등도 대중국 수출 증가 덕에 극심한 내수 침체에도 불구, 최악의 경기 침체는 면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 주식투자 자금의 이동이 중국 일본 등 아·태 지역으로 급속히 편중되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이후 중국으로 유입된 주식투자 자금의 규모는 아태지역 펀드에 유입된 전체 규모와 맞먹는다. 중국은 아·태지역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4%에 불과하다. 최근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은 크게 봐서 '광범위한 중국'을 사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의 방향성보다 중국 일본 등 아·태 증시의 추세와 연동되어 움직일 공산이 커졌다. 미국 중심의 주식시장 전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단기적으로 중국 경기의 과열 부담이 상존하긴 하지만 중장기 성장 잠재력은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
한국 증시 역시 경쟁력을 갖춘 핵심 우량주 중심의 중기 상승 추세를 기대해 볼 만한 시점인 듯하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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