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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전용관]스크린에 부는 춤바람 춤은 서서 즐기는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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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전용관]스크린에 부는 춤바람 춤은 서서 즐기는 섹스?

입력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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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춤바람이 불고 있다. 제시카 알바라는 '섹시 바디'가 주연을 맡은 '허니'(사진)는 힙합으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내용. '폴리와 함께'의 제니퍼 애니스턴이 자유를 즐기는 법은 커다란 문신과 뜨거운 살사 댄스다. 조금 있으면 개봉할 '바람의 전설'은 평범한 샐러리맨이 자이브의 첫 스텝을 밞으면서 댄스의 깊은 세계로 빠져드는 이야기이며, '더티 댄싱―하바나 나이트'는 17년 전 전세계를 흥분시켰던 '더티 댄싱'의 열풍을 이어 쿠바를 배경으로 좀더 '더러운 춤'에 휩싸인다.에로틱 이미지는 공식을 통해 도출되는 정답이 아니다. 신체의 50퍼센트 이상 노출, 은은한 재즈 음악, 다소 음침한 실내 조명 등의 규격화된 스타일만으로 야한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에로 신의 창조성이나 상상력 따위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린 정말 예기치 않은 곳에서 격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섹스 외에도 관객의 성감을 자극할 수 있는 수많은 행위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춤이다.

춤은 서서 즐기는 섹스와도 같다. 인도의 성전 카마수트라가 보여주는 갖가지 체위는 여러 춤들의 수많은 포즈와 묘한 유사점을 지니기도 한다. 뮤지컬 영화가 아무런 노출 없이도 짜릿한 느낌을 자아낼 수 있다면 그건 남녀가 밀착한 상태에서 황홀경에 빠진 표정으로 연출하는 섹슈얼 이미지 때문이다(할리우드 고전 뮤지컬은 성적 표현이 제한되었던 시절, 섹슈얼 이미지의 대용품 기능을 했다는 설도 있다). 게다가 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댄서의 기량이라기보다는 상대방과의 속궁합이다. '바람의 전설'은 어쩌면 춤보다는 춤의 파트너십에 대한 영화인데 주인공과 파트너들은 서로의 '교합'을 잊지 못해 오매불망 전전긍긍 밤잠을 설친다.

또한 섹스의 쾌감이 정력에 단순 비례하지 않는 것처럼, 춤에 있어서 액션의 화려함과 강도가 반드시 엑스터시의 조건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물론 '더티 댄싱'처럼 거의 동물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춤을 접하게 된다면 그 고감도 전율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거다. 하지만 왈츠의 가벼운 선율만으로도 한껏 들뜬 얼굴로 스테이지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춤은, 용기 있게 그 세계에 뛰어든 사람의 숨겨져 있던 야성과 본성을 일깨운다. 심장 박동과 공명하는 음악의 비트와 자신도 모르게 들썩여지는 다리와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무대의 느낌. 그것은 섹스의 맛을 알아버린 자들이 밤을 기다리는 심정과 다를 바 없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교훈, 춤과 섹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바람의 전설'의 주인공은 그래서 곤경에 빠지기도 하고 제비족 소리도 듣지만, 그러한 배려심 없이는 침대/무대에서의 오르가슴은 불가능하다. '쉘 위 댄스' '여인의 향기' '더티 댄싱' 등의 커플 댄스 명장면은, 꼼꼼히 따져보면 그러한 애정 어린 마음으로 빚어낸 춤사위인 것이다. /김형석·월간스크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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