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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웰빙은 나무심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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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웰빙은 나무심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입력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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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5일)을 맞아 웰빙이라는 유행어를 생각해 본다.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물으실지 모르겠다. 경제가 나쁘다고 하지만 삶의 질이나 조건이 전반적으로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잘 살기(웰빙)에 신경을 많이 쓰는 세상이 됐다. 마라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몸짱 아줌마가 유명인이 되고 각종 레포츠를 즐기는 동호인이 많아졌다. 먹을 거리는 한 술 더 뜬다. 와인이 건강에 좋다고 하니 너도 나도 마시고, 광우병이나 조류독감 탓에 육류는 손도 안 댄다.

나는 최근에 등산을 시작했다. 원래 과격하고 모험적인 운동을 좋아해서 인대가 끊어진 적도 있고 한강에 빠진 적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등산은 운동 축에 넣지도 않았는데 운동을 몹시 싫어하는 아내를 위해 시작했다. 철마다 다른 풍경, 상쾌한 공기, 맑은 분위기, 운동 효과, 그리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 등 등산이 주는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왜 이제야 시작했는지 후회가 된다.

숲이 주는 공익적인 가치는 연간 5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경제학을 한 사람들은 공익기능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하지만 산과 숲 그리고 임산물에 대한 가치는 그동안 너무 과소평가되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웰빙을 추구하는 국민들에게는 산과 숲 등의 가치가 예전보다 훨씬 클 것이다.

우선 산을 보자.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관계없다. 명산이거나 이름 없는 산이거나 상관없다. 주말까지 갈 것 없이 주중에도 엄청난 인파가 산을 찾는다. 주말에는 사람에 떠밀려서 올라가야 할 정도다.

숲은 어떤가? 숲을 찾는 사람들도 건강하게 살겠다는 생각으로 온다. 삼림욕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울창한 숲을 걷고 난 후의 상쾌함은 비할 데가 없다. 버섯이나 각종 열매, 과일 같은 임산물도 웰빙에 크게 기여한다.

한편 도시의 숲도 가치와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진다. 똑똑한 건설회사는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때 주차장은 지하로 돌리고 지상에는 공원을 만든다. 현명한 지방자치단체는 쓸 데 없는 공공건물을 없애고 녹지를 만든다. 혹서로 유명한 도시 대구가 꾸준히 나무를 심어 그 오명을 떨쳐낸 지 몇 해가 됐다. 도시의 숲은 어떤 면에서는 먼 데 있는 숲보다 웰빙에 기여하는 바가 더 크고 직접적일 수 있다.

식목일이니까 나무를 심자는 얘기는 맞다. 산의 나무가, 숲이 홍수를 방지하고 산사태를 막아준다는 것도 여전히 유효한 얘기다. 그런데 이제 시대가 좀 달라졌다. 웰빙을 가꾸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산에 들에 주변에 나무를 심는 것이다. 매년 맞이하는 식목일이지만 이제 웰빙을 위해서라도 한 그루씩 나무를 심는 것이 어떨까?

석현덕/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림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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