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상승세, 열린우리당 약보합세. 민주당 미미한 회복세.'중반전에 접어드는 17대 총선전 판세에 대한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수도권과 영남권에서 열린우리당의 기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한나라당이 추격을 벌이고 있다. 탄핵 역풍을 잦아들게 한 요인은 물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바람과 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년층 비하' 발언이다. 하지만 큰 흐름에서 '여고야저(與高野低)'는 여전하다.
한나라당 상승기류의 진앙지는 텃밭인 대구·경북. 여론조사 기관들이 조사한 지지율 변화 추이를 종합하면 한나라당은 '박풍(朴風)'과 '노풍(老風)'을 타고 TK에서 약진한 데 이어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상승세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2일 전후를 비교해 볼 때 TK에서는 1, 2위간 순위가 뒤바뀌거나 혼전을 벌이는 지역이 상당수라고 한다. 또 PK에서도 접전지가 늘어나는 추세다.
판세 변화는 수도권에서도 일부 감지된다. R& R 노규형 사장은 "지역기반이 약한 여당의 정치신인과 야당 현역의원이 맞붙는 곳에서 오차범위 이내의 접전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당 관계자도 "우세확실 지역이 경합우세로 속속 바뀐다"며 긴장했다.
하지만 인지도나 기반이 탄탄한 여당의 현역의원 지역은 큰 여파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TN소프레스 관계자는 "선거전 돌입 이후 정당간 공중전이 후보간 지상전으로 바뀌면서 인물론이 먹혀 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권자들의 균형심리가 발동하기 시작했다는 견해도 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부장은 "어차피 여야간 지지율 격차는 줄어들기 마련인데 거여견제론과 노풍(老風)이 야권 지지층의 결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분석했다. 탄핵의 거품이 빠진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충청과 호남 표심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충청에서는 우리당의 초강세 국면이 지속되고 광주·전북에서도 우리당이 여전히 우세하다. 다만, "전남에선 민주당이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3보1배 효과로 회복 기미를 보이며 일부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R& R 노 사장은 밝혔다.
각 당의 예상의석 전망도 엇갈린다. 김 부장은 "당초 우리당이 170∼180석을 차지할 것으로 봤지만 조금 빡빡해 졌다"며 "한나라당은 아직 100석 이하지만 10∼20석은 조정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다른 조사기관 관계자도 "우리당 180석 전망이 유효하진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리서치연구소 허병기 회장은 "영남에서 한나라당의 회생 조짐이 있지만 수도권 판세를 뒤엎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여야 양비론으로 민주노동당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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