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영화 출연을 하지 않았던 명우 오마 샤리프(71·사진)가 최근 스크린에 돌아온 두 영화가 잇달아 이 곳에서 개봉됐다. 프랑스영화 '이브라힘씨'(Monsieur Ibrahim)는 60년대 파리 홍등가에 사는 소년과 회교도 구멍가게 주인과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린 것이고, 이어 나온 디즈니의 '히달고'(Hidalgo)는 아리아 사막 횡단 말경주에 참가한 미국 카우보이의 액션 모험극. 영화 홍보차 LA를 방문한 오마 샤리프를 LA 베벌리힐스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머리만 은색으로 변했지 여전히 '닥터 지바고'의 이국적이요 매력적인 용모에 영혼을 빨아 마실듯한 깊고 슬픈 갈색눈동자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수년간 활동을 중단한 까닭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 '화니 걸' 등 세 편의 빅 히트작에 나온 뒤로 근 30년간 나쁜 영화에만 나왔다. 생각해 보라. 이 세 영화를 능가할 영화가 그렇게 많겠는가. 그래서 한 5년 전부터 내가 사랑하고 기쁨을 느끼지 못하면, 영화출연을 않겠다고 결심했다. 배우가 되려면 자기를 사랑해야 하는데 나쁜 영화에만 나오다 보면 결국은 자기를 미워하게 된다."
―'이브라힘씨'에 출연한 계기는.
"유럽 여행차 배를 탔다가 각본을 읽고 당장에 매료됐다. 그래서 읽자마자 영화제작진과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이브라힘 배역을 선정하지 마라.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부탁했다. 작은 프랑스 영화라 기대를 안 했는데 뜻밖에 반응이 좋았다."
―할리우드 진출 전 이집트에서의 활동에 관해 얘기를 해달라.
"난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전 이집트서 21편의 영화에 나왔는데 전부 눈물 짜는 멜로물이었다. 당시 이집트에서는 영화의 성공을 극장 바닥에 떨어진 눈물의 양으로 쟀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와 '닥터 지바고'를 감독한 데이비드 린을 영화인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며 또 이들 영화 출연 경험이 배우로서 당신으로 하여금 어떤 도전을 하게 했는가.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찍을 때 우리는 20개월 간 사막에 텐트를 치고 군대 같은 생활을 했다. 난 모든 것을 흡수하기 위해 내가 나오는 장면이 아닐 때도 촬영장에 나가 배우들의 연기를 비롯해 많은 것을 공부했다. 린은 다른 배우들을 도구처럼 생각했지만, 나에게만은 양자처럼 대하며 연기에 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당신 생애 최고의 3편 이후의 생애에 관해 말해 달라.
"3편중 둘은 데이빗 린이 나머지는 윌리엄 와일러가 감독했는데, 이보다 더 좋은 시작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 뒤로 프레드 진네만, 시드니 루멧, 존 프랑켄하이머 및 아나톨 리트박 같은 명장들의 작품에 나왔으나 모두 흥생에 실패했다. 내 영어가 액센트가 있어 나는 주로 비미국인 역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과거 도박을 즐겨 돈 되면 무슨 역이든 맡았다. 심지어 이집트 태생인 내가 독일장교 역까지 했으니 히틀러가 알았다면 무덤서 돌아 누웠을 것이다."
―도박광이었다 손을 뗀 것으로 아는데.
"나는 브리지와 경마를 비롯해 오랫 동안 도박에 매달렸었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욕망의 노예도 되길 거부한다. 공백이 컸던 가족과의 삶도 보충하고, 또 강렬하고 완전히 순간 속에 살고 싶다.
/LA미주본사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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