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고국팬들의 아침을 깨운다.' 시범경기를 모두 마친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은 명암이 엇갈린 상황에서 6일 시작하는 메이저리그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는 박찬호(31·텍사스)와 최희섭(25·플로리다)을 비롯해 몬트리올의 김선우(27) 등 3명. 기대를 모았던 서재응(27·뉴욕 메츠)과 봉중근(24·신시내티) 등은 마이너리그에서, 김병현(25·보스턴)은 부상자명단에 포함돼 우울한 기분으로 시즌 초반을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내일의 해'는 어김없이 뜨는 법. 올 시즌 코리안 메이저리그들의 활약상을 전망해 봤다. /편집자주
● 희섭 타격 감각 최고… "실력으로 말할 것"
"빅리그 경험은 적지만 데릭 리(시카고 컵스)의 빈자리를 메울 왼손 파워히터다." 오직 실력으로 주전 1루자리를 꿰찬 '빅초이' 최희섭에 대한 현지 평가다. 돈트렐 윌리스 등 탄탄한 선발진을 무기로 지난해 양키스를 격침시키고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낀 '디펜딩 챔피언' 플로리다에게 왼손 거포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희섭이 플로리다 팬들의 가슴에 새겨진 지난해 우승 주역 이반 로드리게스와 데릭 리의 이름을 대신한다는 것은 월드시리즈 2연패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다. 최희섭은 시범경기에서 '괴물 돌풍(monster blast)'으로 불린 호쾌한 홈런과 방망이가 부러지며 터진 파괴적인 장타로 왼손거포 갈증에 시달린 플로리다 타선에 신선한 샘물을 선사했다.
시범경기 성적은 팀 내 가장 많은 27경기에 출장해 2할6푼(77타수 20안타)의 타율에 자신의 시범경기 신기록(종전 2홈런)인 4홈런 17타점 10득점. 지난해 시범경기 성적(타율 3할3푼3리 2홈런 8타점)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빌 로빈슨 타격코치로부터 상체를 세우는 타격 폼을 연마한 것이 타격이 강해진 비결이다.
최희섭의 시범경기 성적표는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17타점은 10홈런을 기록한 아브라함 누네스(21타점)에 이어 팀 내 2위다. 내셔널리그 전체 타자들의 순위를 따질 때도 공동 6위에 해당된다. "후회는 없지만 보완할 점도 많다"는 최희섭의 말처럼 손봐야 할 부분도 있다. 22개로 팀 내 1위인 삼진과 변화구 대응력은 정규시즌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시범경기에서 3할2푼3리에 3홈런 10타점을 기록한 1루 경쟁자 윌 코데로의 노련함도 경계해야 한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 찬호 내일 첫 등판… "올 15승 자신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질주를 다시 볼 수 있을까. 7일(한국시각) 팀의 2선발로 첫 등판하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의 원정 경기 2차전이 그 해답의 열쇠를 쥐고 있다. 희망은 스피드건에 찍힌 155㎞의 구속에서 찾을 수 있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광속구의 위력을 잃어버린 채 변화구 투수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박찬호였다. 그러나 착실한 재활훈련과 재기 의지를 발판삼아 시범경기에서 150㎞를 훌쩍 넘는 강속구를 다시 뿌리면서 올 시즌 화려한 부활의 기대감을 높였다. 투심패스트볼과 스플리터(일명 포크볼) 등 신무기를 장착, 다양한 투구 패턴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벅 쇼월터 감독과 오렐 허샤이저 투수코치 등 불펜의 확실한 신뢰를 얻으면서 2선발의 중책을 맡았다. 미국의 스포츠전문지인 스포팅뉴스는 박찬호의 투구에 대해 "최근 3∼4년 이래 최고의 피칭"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올해 30경기, 200이닝 이상 투구를 통해 15승을 올린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비록 시범경기이기는 하지만 성적표가 영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박찬호는 5경기에 선발로 나서 방어율 6.45를 기록했다. 22와3분의1이닝 동안 홈런 5방을 포함, 22안타를 맞고 9개의 볼넷과 3개의 사구(몸에 맞는 볼)를 내준 결과다. 일정도 불리하다. 첫 단추를 꿰는 7일 오클랜드전의 상대 선발은 마크 멀더(27). 지금까지 4차례 맞붙어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천적이다. 지난 2년간 1승4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4월 한달간 애너하임과 시애틀 등 강적들을 상대로 원정경기로만 4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점도 순탄치 않은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 병현 부상 빠른 회복… 내달 마운드 설 듯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의 올 시즌 기상도는 '흐린 후 차차 갬'이다. 출발은 먹구름이다.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15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오르면서 개막전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러나 부상 이후 첫 불펜 피칭을 선보인 2일 녹슬지않은 어뢰투의 위력을 과시하는 등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16일 마이너리그에서 첫 실전 등판을 한 뒤 다음달 2일께 시즌 첫 등판 일정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시범경기에서 2패에 방어율 7.48의 부진을 보인 서재응(뉴욕 메츠)은 2년 연속 선발의 꿈을 접은 채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비해 같은 마이너리그 행이지만 봉중근(신시내티)의 장래는 밝은 편. 시범경기에서 방어율 2.38과 6경기 연속 무실점의 활약을 보였다. 그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것도 미래의 선발투수 수업을 받기 위해서이다. 한편 시범경기에서 2승2패(방어율 3.54)를 기록한 김선우(몬트리올)는 비록 선발진에는 끼지 못했지만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개막전 25인 로스터 명단에 포함돼 불펜요원으로 출격 명령을 기다리게 됐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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