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로켓과학자가 메이저리그(MLB) 로켓팔로 변신했다.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레스가 5일(한국시각) 발표한 25명의 올 시즌 개막전 출전선수 명단에는 놀랍게도 명문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의 우완 투수 제이슨 주민스키(25)가 포함돼 있다. 그의 등번호 58번은 올 미국 스포츠 최고의 화제번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빅리그에 MIT 졸업생이 진출하기는 주민스키가 처음. 우주항공을 전공한 새내기 구원투수가 미국 최고의 두뇌 집단인 모교의 역사를 새롭게 쓴 셈이다. 스프링캠프에서 독특한 이력으로 화제를 모았던 주민스키는 "출전 명단에 오른 것보다 투구를 잘해 팀에 공헌하고 싶다"고 밝혔다.
화려한 학력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오히려 그의 야구 사랑이다. 2000년까지 그는 야구선수가 아니었다. MIT에서 우주항공 엔지니어링으로 학위를 딴 수재로 인공위성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현역 공군 장교였다. 그는 공군장학금으로 MIT를 다녔기 때문에 졸업하자마자 4년 동안 군에 복무해야 했다. 그러나 주민스키는 메이저리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군에 '복무기간을 3배로 늘리는 대신 시즌 중엔 야구선수로 뛰고 시즌이 끝나면 군 복무를 하도록 해달라'는 제안을 냈다.
다행히 이것이 받아들여져 두개의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는 "MIT에 입학하고 공군 장학금을 받은 것이 최고의 결정이었다면 어느것 하나 일치하지 않는 두개의 다른 세계인 야구와 군 복무 병행 역시 탁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주민스키는 200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793순위로 시카고 컵스에 지명됐다. 주민스키는 잘 다듬어진 싱커를 전공으로 마이너리그에서 186탈삼진을 곁들여 통산 23승12패(방어율 3.99)를 기록하며 지난해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트리플A로 훌쩍 뛰어올랐다.
지난해 12월 샌디에이고로 둥지를 옮긴 주민스키는 애리조나에서 열린 올 시즌 시범경기 캑터스리그에 12번 등판해 방어율 3.38을 올렸다. 그는 일련의 성과를 "황홀한 탑승"이라고 스스로 평했다.
현역 장교인 그는 시즌이 끝나면 인공위성 추적레이더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리포트도 써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한껏 고무돼 있다. 그는 "MIT를 졸업하기 위해 했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샌디에이고 투수진도 현역 군인이자 명석한 25세 '루키'의 합류에 들떠 있다. 팀의 구원투수 스코트 라인브링크는 주민스키를 따뜻이 맞이하며 전통대로 '캔디 백(Candy Bag)'을 그에게 넘겼다. 투수들의 심심풀이 사탕이나 해바라기씨 등을 담은 캔디 백은 경기동안 팀의 막내가 담당한다.
브루스 보치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최초의 MIT 청년 장교의 동물원(야구 팀) 입성에 흥분하고 있다"며 "그가 MIT 출신인지 구분이 안 갈만큼 잘 적응하고 있고 구위도 좋아지고 있다"며 추켜세웠다.
그는 "학교에서 들은 최고의 강의는 '교실 안이든 밖이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길을 찾는 것'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투구를 선보이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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