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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세일이 아저씨의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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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세일이 아저씨의 선거

입력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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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이 아저씨는 내 소설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에 나오는 소몰이꾼이다. 사지 육신 가운데 오른쪽 팔만 멀쩡하지, 두 다리와 왼쪽 팔이 불구인데도 젊은 시절 강릉에서 대관령 너머로 소를 끌고 다니셨다. 사람이 착하고 용해서 늘 다른 사람에게 이용을 당했다. 그건 선거 때에도 마찬가지였다.어느 해엔가 이 아저씨가 나에게 넌지시 이렇게 물었다. "선거할 때 거기에서 내주는 종이에 빈칸이 여러 개 죽 있잖아. 그 중 아무 칸에 하나만 도장 찍으면 되는 거지?"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런 걸 저 아랫동네 진호는 첫번째 칸에만 찍어야 한다고 그러잖아. 다른 데서 얻어 먹은 게 있더라도 찍는 건 거기 첫번째 칸에 찍어야 먹은 게 탈이 없다고."

예전에 그 아저씨의 표는 거의 그렇게 1번이 가져갔다. 수건 한 장이거나 술 몇 잔으로 중간에 그것을 가로채간 사람들 역시 무슨무슨 지도자거나 무슨 무슨 후계자 하는 식으로 동네를 위해 애쓰던 사람들이었다. 실은 이들도 자신들이 이용당하는지 모르고 그래야 시멘트 몇 포대라도 더 나와 동네가 발전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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