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부서장 회의, 정오 바이어 미팅…" 출근 준비에 한창인 회사원 A씨가 면도를 하다 욕실 거울에 대고 스케줄을 묻자 거울은 갑자기 단말기 화면으로 바뀌면서 주요 일정을 빠짐없이 알려준다. 자동차에 몸을 실은 A씨는 집에 찾아온 손님의 얼굴이 휴대폰 단말기에 나타나자 용건을 묻고 정식으로 만나자며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제의한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정보통신 단말기로도 다양한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꿈의 기술인 유비쿼터스(Ubiquitous) 시대가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서울 광화문 정통부 1층의 유비쿼터스 드림 전시관(U―Dream관)은 영화 속에서나 보아온 신기한 세상을 한자리에 구현한 종합 체험관이다. 지난달 18일 문을 연 전시관은 300평 규모로 빌리지·기술전시·엔터테인먼트 등 3개 전문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로봇이 음료 배달, 결제는 즉석에서 빌리지관은 광대역통합망(BcN)과 차세대 인터넷주소(Ipv6), 건물 안까지 깔린 광케이블, 무선랜 등이 가정과 카페 물류센터 병원 학교 등 일상 생활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지를 보여준다.
현관의 손님을 이동통신망을 통해 외부에서 확인하고 문을 열어주는 건 기본이다. 전자태그(RFID)가 부착된 식료품들이 가득찬 냉장고는 신선도와 구입날짜 등을 세세히 알려준다. 전자태그는 각종 사물의 정보를 담은 전자 꼬리표를 말한다.
학교에선 책과 가방 없이 등교한 학생들이 연필과 칠판 대신 노트북과 전자칠판을 이용, 편리하고 재미있게 배움의 기쁨을 누린다. 결석해도 집까지 네트워크로 연결된 모니터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카페에 들어서면 로봇이 반갑게 맞이하고 자리에 앉아 휴대폰으로 커피를 주문하면 로봇이 직접 배달해준다. 곧바로 휴대폰 단말기를 통해 결제를 마친 뒤 여유 있게 커피 향을 즐긴다.
유통 현장에서도 전자태그가 구현하는 유비쿼터스 세상은 신기하기만 하다. 깨알만한 크기에 칩과 안테나가 달린 전자태그를 통해 창고의 상품 재고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계산할 때도 일사천리다. 기존의 바코드는 빛으로 사물을 인식, 사람이 스캐너를 통해 몇 ㎝내에서 물건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지만 전파로 감지하는 전자태그는 거리의 제한 없이 거의 무제한으로 사물의 정보를 파악, 단번에 계산대를 통과할 수 있다.
자동차 안에서도 원격으로 홈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세탁기나 가스레인지 작동은 기본이고 모니터로 집 안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다. 주변 주차장의 상황을 파악, 힘 안들이고 주차 공간을 찾아내기도 한다. 인공지능 로봇은 집에서 어린 자녀와 놀아주며 공부도 시킨다. 유연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로봇에게 재떨이 심부름을 시킬 수도 있다.
첨단 정보기술을 한눈에 기술전시관은 빌리지관에서 직접 체험한 서비스들이 구현되는 네트워크 기술과 인프라 등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홈모니터링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지를 실물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반도체와 디지털 TV 생산공정, 유·무선 겸용 휴대폰(원폰), 지능형서비스 로봇, 텔레매틱스 등 다양한 첨단 정보기술(IT)도 한눈에 들어온다.
2층에 있는 엔터테인먼트관에서는 가상현실 게임기가 눈길을 끈다. 비행기 조종사들이 훈련 때 이용하는 시뮬레이터 기술을 원용, 특수하게 만든 조그만 박스에 들어가 실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똑 같은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벽걸이 TV를 중심으로 소극장처럼 꾸며 놓은 홈시어터 체험관도 인기다. 삼성전자와 KT, LG전자,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6개사가 공동 구축한 전시관은 명절과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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