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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13㎞ 3보1배 마감 광주민심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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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13㎞ 3보1배 마감 광주민심 르포

입력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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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해 죽겄네. 어쩌까잉."광주에서 사흘째 3보1배중인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모습을 지켜본 많은 시민들은 '안쓰럽고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은 그러나 추 위원장의 고행이 민주당 지지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고, 일부 지지자들은 "너무 늦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추 위원장은 5일 오전 11시50분께 동광주 톨게이트 인근에서 3배1보를 시작해 오후 6시30분께 5·18 묘역에 도착했다. 사흘 동안 13㎞가 넘는 거리에서 '고난의 행군'을 계속했던 추 위원장은 분향을 하고 '국민들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는 순간이 되자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침이 뱉어지고 담배꽁초가 버려진 길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1배 1배 절할 때 가장 낮은 사람이고자 했다"며 "민주당이 새로운 역사의 족적을 남길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대체로 추 위원장이 여자의 몸으로 민주당의 멍에를 혼자 뒤집어쓰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마음 아파했지만 20∼30대 젊은 층에서는 냉랭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추 위원장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는 박경주(58·북구 중흥동)씨는 "아무리 밉더라도 저렇게까지 하는 디 외면할 수 있겄어"라며 눈시울을 붉혔고, 주부 이미애(39)씨도 "너무 마음이 아파 눈물이 다 난다"며 울먹였다. 반면 회사원 박상현(34)씨는 "저렇게 하면 표가 모일 거라 생각하는 게 바로 민주당의 한계"라고 잘라 말했고, 최영구(51)씨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구에 가서 지역감정 부추기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질타했다.

추 위원장의 고행에도 불구하고 호남에서 예전의 민주당 바람이 다시 불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성묘차 망월동을 찾은 윤모(34)씨는 "추 위원장 개인은 참 안됐지만 탄핵 이후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말했고, 철물점을 운영하는 장용원(44))씨는 "동정하는 사람은 많겠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열린우리당 선거운동원 최모(33)씨는 "광주 시민들의 우리당 지지는 저런 식의 정치쇼에 흔들릴 만큼 빈약하지 않다"고 자신했고, 민주당 당직자 김모(47)씨조차 "분위기가 생각보다 냉담하다"며 당혹해 했다.

추 위원장이 3배1보의 목적지로 택했던 5·18 묘역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비판은 이어졌다. 500여명의 지지자들은 구급차에 실려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가는 추 위원장을 향해 연신 '추미애'를 연호했지만 5·18 유가족이 주인 성묘객들은 한·민 공조를 통한 탄핵안 가결을 준엄히 꾸짖었다. 5·18 때 중학생 아들을 잃었다는 한모(68)씨는 "자기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짓밟은 군부독재세력과 한 통속이 되어 탄핵안을 가결해놓고도 광주 영령들을 들먹일 수 있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광주=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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