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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쫓기는 경제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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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쫓기는 경제부총리

입력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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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만 가지고 질병을 짚어내다가는 실수하기가 십상이다. 병의 뿌리와 증상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암 같은 치명적 질환은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가 되어서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증상에 집착하는 대증요법보다는 근본적인 병인을 찾아내 미리미리 다스려야 명의(名醫)라 할 수 있다.경제문제에 대응하는 원리도 마찬가지다. 경제를 진단하는 다양한 지표와 분석방법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들이 경제의 속사정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못하기 마련이다. 실물경기는 중병을 앓고있는데도 지표경기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는 착시(錯視)현상이 경제를 왜곡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요즘 우리 경제는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2월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이 16.6%나 늘어 3년6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지난 1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온 도소매 판매도 모처럼 상승세로 반전, 경기회복의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이러한 경기의 봄기운을 실제 피부로 느끼는 기업이나 국민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외환위기보다 사정이 더 어렵다는 시장 상인의 호소가 더 설득력 있게 와 닿는다. 이는 경제성장이 내수보다는 수출 위주로, 일부 IT업종에 기대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소수 대기업에 이끌려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왜곡된 경제구조는 지표경기와 실물경기의 간극을 더욱 벌여놓는 주원인이다. 따라서 정부의 처방도 외형과 규모를 키우는 일 못지않게 구조적 문제들을 함께 풀어나가는 총체적 접근방식이 요구된다.

그러나 문제는 관료들의 관심은 당장의 경제성적표라는 사실이다.

성장률 같은 외형적 지표의 등락에 매달리느라 구조적 장애물들을 해결해 총체적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에는 등한시한다.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경기를 살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래서 경제 사정이 조금만 나빠지면 각종 경기부양책을 남발하고, 한때 거창하게 추진하던 구조조정 노력은 슬며시 자취를 감춰 버린다. 잘못된 경기부양책이 초래한 엄청난 부작용은 다음 정권, 후임 관료의 책임으로 넘어갈 뿐이다.

외환위기이후 남발된 카드정책과 부동산 규제완화의 부작용은 지금 경제를 뿌리 채 흔들고 있지 않은가.

이헌재 경제팀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무슨 도깨비방망이 같은 정책을 통해 당장 경기를 살려내라는 게 아니다. 경제에 대한 남다른 식견과 통찰력을 갖고 있다는 그가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수준 높은 정책을 펼쳐 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경제팀이 신용불량자 대책,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 특별소비세 인하, 창업지원 같은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서서히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이 부양책들이 총선을 앞둔 선심정책은 아니라 하더라도 과연 얼마나 심사숙고를 거쳐 나온 완성도 높은 대책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정치논리를 배격하고 경제논리에 충실해야 할 그가 스스로 정치적 발언까지 한 사실은 실망을 금할 수 없게 한다. 부총리는 무엇에 그리 쫓기는가?

jkpae@hk.co.kr

배정근/ 부국장겸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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