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고미술전에 나온 작품의 절반 이상이 위작이라는 주장은 충격적이다. 고미술에서 높은 감식안을 인정받는 강우방씨의 주장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한편으론 당혹스럽다. 근래 여러 고미술전에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훼손시킬 정도로 위작이 범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년 전 '추사명품전'(간송미술관)의 출품작 84점 중 20점 가량만 추사의 진품이었고, 유홍준씨의 '완당평전'에 실린 160점의 글씨도 절반이 가짜라고 주장했다. 서예가 이영재씨도 2년 전 유사한 주장을 펼친 적이 있으나, 이번처럼 대상이 광범위하지는 않았다.강씨가 특히 대표적 유명작품들인 추사의 글씨와, 역시 유명 저서인 '완당평전'을 집중 공격하기까지는 고심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주요 전시회에는 대부분 권위있는 고미술 연구가들이 기획과정부터 참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강씨의 주장은 독선적일 수 있고, 또한 많은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공격을 받은 유홍준씨는 "회화사가 아니라 불상을 전공한 분이 자신의 심미안만 갖고 말하니 당혹스러울 뿐"이라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숱한 전란으로 문화유산이 대거 유실된 나라에서, 인상비평 차원의 주장만 편다면 위험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람하는 위작으로부터 민족문화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강씨의 진정은 평가할 만하다. 우리 고미술품에 진·위작과 옥석이 혼재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과연 강씨의 용기있는 주장이 정말로 본격적 논란을 불러 일으키게 될까? 어려울 것이다. 우리 미술사가나 비평가들은 고미술품 진위여부가 주요 화제로 부상했을 때, 대부분 침묵함으로써 위험을 피해 왔다. 이번 주장이 고미술 관련자들의 침묵 카르텔을 깨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하여 권위있는 고미술 감정기구를 탄생시키는 계기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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