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기 문화의 한반도 전파 경로를 연구할 수 있는 청동노기(靑銅弩器)가 한강 이남에서 처음 발견됐다.국립경주박물관은 경북 영천시에서 발견된 목관묘(木棺墓·나무널무덤)를 긴급 발굴, 청동노기 1점과 동전 2점, 청동투겁창 2점, 쇠투겁창 12점, 쇠꺾창 2점, 화살촉 1점 등 유물 40여 점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에 발굴된 목관묘는 길이 325㎝, 너비 165㎝ 안팎의 묘광(墓壙·무덤방)을 축조하고 그 안에 목관을 안치했으며 축조 연대는 기원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 목관 및 묘광에 대한 본격 발굴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앞으로 출토 유물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발굴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유물은 한강 이남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길이 14.5㎝의 청동노기. 청동노기는 화살 여러 개를 연달아 발사하는 쇠뇌의 발사장치로, 중국 철기문화의 한반도 유입을 입증하는 유물이다.
발굴단은 "청동노기는 평양 석암리나 정백리 유적에서 확인된 바 있으나 이번에 영천에서 나온 유물은 그보다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정형화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관과 묘광 사이를 채운 충전토에서 발견된 청동꺾창집과 청동꺾창도 보기 드물게 형태 및 외면 문양이 거의 완벽한 상태로 남아있다. 청동투겁창과 청동꺾창은 대구 평리동·비산동·팔달동·지산동 유적의 출토 유물과, 쇠투겁창이나 쇠꺾창 등의 철기류는 경주 조양동 및 사라리 유적 출토품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정성희 연구관은 "영천 목관묘 출토 유물은 철기 문화의 영남 지방 전파 경로를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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