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지방선거가 3월 28일 실시됐다. 지방선거이지만 내각 재구성이 뒤따를 정도로 큰 의미를 지녀 방송계를 한껏 긴장시켰다.투표일인 일요일 저녁 8시, 제1민방 TF1과 공영 채널 France 2, France 3은 일제히 개표 방송을 시작했다. 좌파가 압도적 승리를 거둔 이날 개표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는 1,700만명. 특히 '국민 앵커' 프와브르 다르보르가 진행한 TF1이 시청점유율 28.6%로,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이는 앵커의 지명도와 오랜 시청 습관에 따른 것이지, TF1이 특별히 멋진 방송을 했기 때문이 아니다. 선거결과 토론에서 참패를 인정한 여당 인사가 그 이유를 분석하고, 야당이 앞으로 진로를 밝힌 것도 어느 채널이나 똑같았다.
프랑스 선거방송은 선거일 석 달 전부터 시작된다. 선거방송의 3대 원칙은 다양성과 공정성, 정확성. 공식캠페인 기간 동안 방송은 모든 출마자와 지지자들에게 균등한 시간을 줘야 한다.
또 일반 프로그램은 정치인 초청을 피해야 하며, 정치권과 관련 있는 방송인들의 정치적 발언도 금지된다. 유권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투표 전 날과 당일에는 모든 정치적 발언과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금지된다.
방송위원회는 이 기간동안 매주 뉴스·시사 프로그램이 방송한 선거 관련 발언 시간을 초 단위까지 따진다. 시간은 물론, 출연 조건의 공평성, 자료화면 이용과 정견 발췌·인용의 곡해 여부도 평가 대상이다.
선거방송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France 2의 '100분 토론', France 3의 '프랑스 유럽 특급', France 5의 '시사현안' 등 토론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한껏 목청을 높이고 한꺼번에 두, 세 사람이 떠들어대는 걸 보고 있자면 프랑스 정치인은 절대 '영국 신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격렬한 '토론'이지 '싸움'이 아니다. 선거 공약과 관련 없는 발언도, 개인적으로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일도 거의 볼 수 없다.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언쟁을 적절히 조절하는 진행자의 능력도 돋보인다.
프랑스 선거방송이 100% 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성이 문제되지 않는 것은, 방송에 대한 신뢰가 높은 동시에 방송이 지닌 한계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방송법은 '방송은 민주주의 실현의 근간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출마자에게 공평한 정견 발표의 기회를 주고 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 '여론 형성의 장'으로서 방송의 역할은 거기까지이며, 판단은 시민의 몫이다. 프랑스 지방선거방송은 이 미묘한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 준 계기였다.
/오소영 프랑스 그르노블3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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