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홈런킹' 이승엽(28·롯데 마린즈)이 마침내 일본 열도에 첫 홈런 깃발을 꽂았다.4일 원조 홈런왕 왕정치 감독이 사령탑을 지키고 있는 다이에 호크스와의 홈경기가 벌어진 지바 마린스타디움. 4회말 무사 1루의 찬스에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서 상대 선발 아라가키 나기사(지난해 8승7패)를 바라보는 '홈런사냥꾼' 이승엽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1구 파울 뒤에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높은 직구(시속 145㎞)가 몸쪽을 파고 드는 순간 이승엽의 방망이가 칼바람 소리를 내며 힘차게 허공을 갈랐다. '딱' 하는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배트를 떠나 TV 중계 카메라가 쫓아가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뻗어나간 타구는 태극기가 휘날리던 오른쪽 스탠드를 훌쩍 넘어 경기장 밖에 주차 중이던 차량 유리를 박살냈다.
1―2로 끌려가던 팀 타선에 불을 붙인 150m 짜리 장쾌한 역전 투런 결승 홈런이자 이승엽이 일본 프로야구 정규리그 8게임 만에 건져올린 첫 홈런아치였다. 그 동안 홈런가뭄의 갈증을 훌훌 털어버리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베이스를 돈 뒤 동료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이승엽은 덕아웃으로 들어가기 전 헬맷을 들어올리며 '이승엽'을 연호하는 홈팬들의 환호에 답례했다.
이승엽의 홈런포를 신호탄으로 팀 타선은 이후 6개의 안타(볼넷 2개)를 집중시키며 4회에만 대거 8득점,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승엽은 7―2로 크게 앞선 1사 만루에서 타자일순하며 다시 타석에 들어서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는 등 이날 5타수2안타4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이로써 타율은 3할(30타수 9안타 7타점)에 재진입했고 팀은 11―4의 대승을 거두고 퍼시픽리그 단독 선두(6승2패)를 굳게 지켰다. 이날 포함, 6승 중 3승이 이승엽의 결승타가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전문가들은 1호 홈런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털어낸 이승엽이 본격적인 '홈런진군'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MVP로 선정된 이승엽은 인터뷰에서 "그동안 홈런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는데 너무 기쁘다"면서도 "오늘이 끝이 아닌 만큼 내일을 위해 준비하겠다"는 새로운 출발의 의지를 다졌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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