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이혼한 아들 몰래 입양시켜자신도 모르게 입양된 딸을 6년만에 찾았으나 딸의 행복을 위해 '낳은 정'을 포기한 한 아버지의 기구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구에서 일식집 주방장으로 일하던 이모(38)씨가 딸과 생이별 한 것은 1998년 말. 그해 11월께 가정불화로 부인과 이혼한 이씨는 4살과 16개월 된 두 딸을 키워오다 살림이 어려워 둘째를 부산에 살던 아버지에게 맡겼다.
이씨의 아버지는 '손녀가 재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빗나간 부정'으로 손녀를 다른 집에 입양시킨 뒤 아들에게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2000년 재혼한 이씨는 이런 사연을 모르고 경찰에 딸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채 부산 해수욕장 일대를 밤낮없이 찾아 다녔지만 헛수고였다.
사건의 진실은 최근 이씨 딸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의 '장기미아추적 전담반'에 의해 밝혀졌다. 경찰은 이씨의 아버지를 수상히 여겨 추궁한 끝에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그랬다"는 믿지 못할 자백을 받아냈다. 이 소식을 접한 이씨는 "어떻게든 딸을 데려와 키우겠다"며 딸을 찾아갔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발길을 돌렸다.
딸의 장래를 위해 양육권을 포기한 이씨는 "늘 싸우는 모습만 보여 준 이 못난 아버지의 죄가 크다"며 "부디 건강하고 밝은 아이로 자라달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부산=김종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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