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2일 내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전날 '60, 70대 유권자 비하' 발언 이후 성난 '노심(老心)'을 달래느라 동분서주했지만 들끓는 여론은 좀체 잦아들지 않았다.전날 전남 순회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상경한 정 의장은 아침부터 대한노인회 등을 찾아가 백배 사죄했다. 안필준 회장과 차흥봉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장, 전수철 노년유권자연맹 총재를 잇따라 만나 발언 경위를 해명했지만 이미 얽혀버린 노심을 풀기엔 역부족이었다.
정 의장은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젊은이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하려다 말이 크게 잘못됐다. 엎드려 용서를 구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당 지도부까지 총출동, '노심의 역풍'에 대한 긴장감이 역력했다.
하지만 노인들의 항의전화와 당사 앞 시위가 잇따르고 당원들의 비난 이메일이 쏟아지자 정 의장은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노인 관련단체가 공동으로 가진 규탄 기자회견장까지 찾아갔다.
정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 조세형 상임고문은 회견장에 들어서자 마자 노인들에게 큰 절부터 올렸다. 정 의장은 "올해 83세인 노모가 새벽에 집을 나설 때마다 조심하라고 당부하는데 제대로 못 지킨 것 같다"며 "진심은 아니었지만 죄송하고 참담한 심경"이라고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정 의장은 이날 모든 유세일정을 취소한 채 당사에서 자숙하며 노인공약 개발 등 대책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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