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현역 중진 의원이라도 이젠 후보로서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습니다."2일 오전4시30분 서울 강북 한 선거구내 자택을 나온 L후보는 5시부터 시작된 한 교회의 새벽기도회에 참석했다. 유력정당 3역을 두 번이나 지낸 그지만 동이 틀 때까지 교회 두 곳을 더 찾아 인사한 뒤 단골 대중탕을 찾아 '목욕탕 유세'를 가지는 등 새벽부터 그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6시30분 60세를 눈앞에 두고 있어 세대교체 열풍을 의식해야 하는 그는 청바지에 붉은 색 점퍼 차림의 '젊음 패션'으로 한 지하철역에 도착, 출근길 시민을 상대로 9시까지 연신 머리를 숙이고 악수를 청했다. 바뀐 선거법에 따라 후보 혼자서만 어깨띠를 했고 역 입구와 통로주변에는 법정운동원 패찰을 단 지지자들이 2인1조로 인사를 할 뿐 분위기는 차분했다. L후보는 "국회 중진인 덕에 이름 알리기가 우선 순위가 아니어서 유동 인구가 적은 곳을 역선택해 공략했다"고 말했다. 반면 주변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리는 역에는 7명의 후보와 운동원이 한꺼번에 나와 혼잡을 빚었다.
오전 10시부터는 차량유세가 시작됐다. 4시간에 걸쳐 후보가 직접 골라 종이에 적은 대로 16곳을 순회했다. 로고송을 먼저 내보내고 후보는 2분간의 짧은 발언으로 연설을 마무리짓는 식이었다. 개조한 트럭에 동승, 후보를 수행한 사람은 운전사를 빼고 후보의 아들과 아들 친구 둘을 포함해 4명에 불과했다. 정차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나오던 당원이나 행인을 가장한 동원된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단출한 유세 일행에 대해 일부 유권자는 "선거분위기가 너무 안 뜨고 쓸쓸한 느낌마저 난다"고 지적했지만 상당수는 "선거꾼들이 옆에 따라 붙지 않으니 보기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정선거법 적용 첫 날이어선지 변화한 부분을 딱 꼬집어내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의 선대본부는 앞으로 13일간 4년 전에 비해 거리유세 횟수를 4∼5배 늘려 잡았다. 오후 2시 점심을 후딱 해치운 후보는 다시 차량에 몸을 싣고 4시간짜리 골목 투어와 2시간30분의 퇴근길 지하철역 인사에 나섰다. 밤에는 연휴 전야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찾아 술집 등을 순회하며 악수 공세를 계속했다. L후보의 첫 날 일정은 밤12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주훈기자 nomade@hk.co.kr
2일 새벽5시. 수도권에 출마한 여성 후보 J씨는 "앞으로 13일만 엄마, 아내의 역할을 접어두자"는 모진 다짐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아이들 아침도 제대로 준비해 주지 못한 채 서울로 출퇴근하는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역부터 찾았다. 오전6시30분 선거현장에서 그가 부닥친 첫 현실은 '꽃샘추위'였다. 대부분의 시민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어 명함을 나눠주기가 쉽지 않았다. 악수도 하지 못하고 대신 허리를 굽혀 인사했지만 유권자 대부분은 무표정하게 종종걸음을 쳤다.
2시간 동안의 힘겨운 '전투'를 마친 J후보는 집에 들러 식사를 하고 몸을 녹인 뒤 다시 지하철역으로 나와 오전 10시부터 시 선관위가 주최하는 공명선거 캠페인에 잠시 참여했다가 곧바로 인근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이때 J후보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 시간대에 만나는 유권자 대부분이 여성이나 노년층이어서 여성후보로서의 장점을 발휘할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지만 오가는 시민과 1대1 대면접촉을 하며 악수도 건네고 명함도 나눠줬다. 넓은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만 30여분 동안 200여명을 만났다.
선거를 몇 번 치러본 그에게 개정 선거법은 '골치덩어리'였다. 한 병원에 들렀을 때 실내에서는 명함 배포가 금지된 사실을 몰랐다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의 참모들은 선거운동을 하는 중간중간 상가에서는 명함을 줘도 되는지, 선거운동은 몇 시까지 할 수 있는지 등을 선관위에 수시로 물어야했다.
오후 1시 그가 찾아간 곳은 한 아파트 단지 알뜰장터. 주부들과 어려운 가계 사정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눈 뒤 후보 자신도 주부임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 2시30분부터는 차량유세를 시작했다. 아파트 단지나 대형상가 앞에서는 30분 단위로, 대로변에서는 10분 단위로 옮겨가며 지지를 당부했다. 오후 7시30분, 1시간만에 저녁식사를 끝낸 뒤 전직 공무원들의 모임을 찾았다. 그리고 또다시 야간 거리유세. 단 한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기 위해 유세차에서 내려 걸으면서 악수를 하고 명함을 건네고…. 그렇게 시간은 밤 11시가 됐고, 파김치가 된 J후보는 선거사무실에 들러 다음날 계획을 확정한 뒤 3일 새벽 1시께 집으로 향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2일 새벽 5시30분. 수도권 한 베드타운도시의 자택을 나선 정치신인 Y후보는 10분여 차를 타고 선거사무소에 도착, 50여분간 전략회의를 마친 뒤 서둘러 거리로 나섰다. 출근길 유권자들을 만나기 위해 6시40분 지하철 역으로 통하는 길목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악수 공세에 들어갔다. 선거법상 5명까지는 무리를 지을 수 있었지만 그는 수행비서 1명만을 데리고 뛰었다. 노란색 점퍼에 어깨 띠를 두른 그는 지나가는 시민 모두에게 허리를 굽히며 "000당 Y입니다. 도와주십쇼"라며 명함을 건넸다. 현장에는 로고송과 Y후보의 연설 녹음을 틀어대는 선거홍보용 차량도 함께 있었지만 예전처럼 북적대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출근길 유권자들은 대부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채 무관심한 듯 지나쳤지만 일부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거나 "다 똑같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아침 8시30분 출근길 얼굴 알리기를 마친 그는 시청 공무원들을 찾아 인사한 뒤 9시께 해장국으로 늦은 아침을 떼웠다. 그리곤 또 다시 거리로 나서 9시40분엔 시내 중심가 로터리, 10시28분 성당, 11시30분 탁구교실, 오후 1시 대형 쇼핑몰, 오후 3시 시장으로 강행군을 계속했다. 은행 약국 속옷가게 안경점 보험회사 등 가리지 않고 찾아 허리를 굽히며 명함을 건넸고, 행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유권자들은 "싸우지 말고 제발 정치 좀 잘하라" "경제 잘 챙기라"고 당부했다.
Y후보는 "엄격하게 규제되는 선거운동 방식 때문에 직접 찾아 다니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어깨띠와 명함 나눠주기도 후보만 할 수 있게 돼 있어 이름을 알리기가 쉽지 않다"고 달라진 선거법에 따른 애로점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돈 선거 조직 선거가 불가능해져 마음이 편하다"고도 했다. Y후보는 이날 쓴 돈이 8개 동에 3명씩 있는 선거운동원 일당 각 5만5,000원씩과 식대가 전부라고도 했다.
Y후보는 오후 6시 다시 중심가 로터리로, 7시엔 식당가로 달려가 퇴근길 시민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그는 밤 11시까지 식당가, 술자리 등을 찾아 다닌 뒤 선거사무소로 돌아와 정리회의를 하곤 자정이 넘어서야 숨가빴던 운동 첫 날을 마감했다. Y후보가 이날 손을 잡은 유권자 수는 1,500여명을 넘었고 명함만 1,000여장을 뿌렸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