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고괴담'과 '쇼생크 탈출'에는 도서관 장면이 나온다. '여고괴담'에서는 '늙은 여우'라는 악명 높은 교사가 도서관에 혼자 들어가 앨범사진을 보다가 참혹하게 죽는다. 사서 교사는 보이지 않고 침침하며, 바닥은 삐걱거려 그야말로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곳이다. 반대로 '쇼생크 탈출'에서는 교도소에 수감된 주인공이 의회와 각 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아 6년 만에 훌륭한 도서관을 만든다. 여기서 죄수들은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음악도 듣는다.이 영화들은 허구지만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다. 우리 학교도서관의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학교 운영비의 3%를 도서 구입비 등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다. 때문에 대부분 외진 곳에 출입문이 잠긴 채 있으며 소장도서도 형편없다. 전국 1만여개의 학교에 사서교사는 200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교사와 시민단체, 출판인 등이 모여 지난달 27일 '학교도서관 문화운동 네트워크'를 발족했다. 그런데 교육방송(EBS)의 인터넷 수능강의가 시작되면서 이 운동에 뜻하지 않은 불똥이 튀었다. 교육부 예산(특별 교부금) 중에서 수신 시설·설비 등 지원사업으로 갑자기 200억원 넘게 쓰다 보니 결과적으로 학교도서관 지원을 위한 예산(300억원) 가운데 30%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도서관 지원예산 배정은 2002년 교육부, 문화관광부, 행정자치부 등 12개 부처 장관들이 참여한 제8차 인적자원개발회의에서 확정한 학교도서관활성화 종합방안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와 지자체가 5년 동안 각각 총 3,000억원을 지원, 6,000개의 학교 도서관을 리모델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 처음으로 학교 도서관 1,200곳에 5,000만원씩 지원하고는 예산이 줄어들자 '정책 의지가 흔들린 게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960, 70년대에는 교육예산이 시청각교육에 집중됐고, 90년대에는 교실에 대형 TV와 PC를 갖춘다는 명분으로 도서관 정책이 희생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 도서관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학교에서만이라도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학교도서관 활성화는 사교육 열풍을 막기 위한 수능방송 못지않은 중요한 교육정책이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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