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우의 생명을 뇌물과 바꾸려 했나" 軍불량낙하산 납품 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우의 생명을 뇌물과 바꾸려 했나" 軍불량낙하산 납품 비리

입력
2004.04.03 00:00
0 0

특전사 부대원들이 동료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불량 낙하산의 공급을 조직적으로 묵인해 준 사실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업자에게 찰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애완견 구입비까지 부담케 했으며, 뇌물을 받은 부대원이 다른 수뢰 부대원을 인사조치하는 해프닝까지 벌였다.특전사 모 부대는 지난해 11월 D기업 김모(44)씨로부터 낙하산 58개를 3억4,000여만원에 납품 받았다. 그러나 이 낙하산은 고공강하 중 낙하산 가방의 멜빵 및 낙하산을 연결하는 고리가 끊어져 병사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살인 낙하산'이었다.

특전사 내부규정에 따르면 군 낙하산은 10년 이상 또는 300차례 이상 사용했을 경우 폐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 부대 박모 준위는 규정에 해당돼 폐기될 낙하산 멜빵과 고리 600여개를 빼돌려 지난해 4월 김씨에게 넘겼다. 김씨는 여기에 도금을 해 새 것처럼 만든 뒤 낙하산을 제작, 이 부대에 납품했다. 불량 낙하산은 당연히 검수과정에서 적발돼야 했지만 김씨가 검수관 양모 준위에게 4,000여만원을, 감찰부 김모 원사에게 1,3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상태였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이들은 낡은 멜빵과 고리가 사용 중 파손될 경우 추락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알량한 돈 몇 푼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다.

김씨는 2001∼2003년 이들을 포함한 여러 군 부대 관계자 15명에게 모두 1억6,000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 김씨의 뇌물장부에는 이들 군 관계자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장부에는 '2002년 11월15일 양 준위 돈 부탁 전화, 19일 양 준위 300만원 송금' 등 군 관계자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한 사실이 적혀있다. 이들은 심지어 차량 수리비와 휴대폰·애완견·수갑구입비, 병원비까지 김씨에게 떠넘기는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다. 김씨는 경찰에서 "돈을 무리하게 요구해온 한 사람을 뒷조사 해보니 재산이 엄청났다"며 "인간들도 아니다"라고 넌더리를 쳤다.

더구나 감찰부 김 원사는 자신이 뇌물을 받았으면서도 김씨를 협박해 검수관 양 준위와 황모 준위가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알아낸 뒤 이들을 2월 인사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일 군납업자 김씨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하고 동업자 임모(4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국방부 검찰단은 군 관계자 15명 가운데 5명을 긴급 체포하고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