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국제 금값이 이상과열 되면서 15년여만에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우리나라의 금 무역 역시 5개월째 폭발적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값 폭등이나 금 수출입 증가 모두 수급과는 관계없이 차익을 노린 거래의 결과란 분석이다.금값 천정부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은 온스당 428.80달러에 마감됐다. 이는 1988년말이후 15년만의 최고치다. 가격동향조사기관인 코리아PDS 송경재 물가분석팀장은 "금값은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약세때 금값은 강세로 나타난다"며 "달러가치가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금값이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은 달러약세와 맞물려 연초 온스당 426달러까지 오른 뒤, 엔화 대비 달러가치가 112엔까지 반등하자 금값도 300달러대로 반락했다. 그러나 금주들어 엔·달러환율이 103엔까지 떨어지는 '달러의 초(超)약세'가 빚어지면서 금값은 15년만에 최고점까지 도달하게 된 것이다.
알 카에다의 테러재개 위협과 중동불안 고조도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를 높인 요인이다. 세계경기 회복으로 물가상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인플레 영향을 받지 않는 금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게 됐다. 결국 현 금 시세는 철저히 '수급 외적'요인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셈이며, 이 같은 금값 상승은 국제상품시장에서 헤지펀드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금 무역 이상팽창
2001∼2002년 우리나라의 월간 금 수출액은 많아야 1억5,000만 달러, 수입은 8,000만 달러 정도였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금 무역이 폭발적으로 증가, 12월 수출입액은 각각 5억4,000만달러, 5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올 1∼2월에도 금 수출(7억4,000만달러)은 전년동기대비 197%나 늘어났으며 수입액(8억8,000만달러)도 175% 폭증했다.
금 수입증가는 정부가 작년 7월부터 2년간 금괴 골드바 금도매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함에 따라 밀수형태로 반입되던 금의 상당부분이 양성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금 부가세 면제조치이후 작년 6월이전 수입분으로 속여 부가세를 부당환급받기 위해 금 수입이 늘어나게 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국세청 관계자는 "부당환급은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반면 금 수출 증가는 내수부진에 따른 국내외가격 역전의 결과다. 한은 관계자는 "과거엔 국내 금값이 국제 금값을 웃돌았지만 작년말부터 국내외 가격이 뒤집히면서 금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장롱속 금이 다시 매물로 나오고, 이 금들이 값비싼 국제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지금협회 나은균 회장은 "국내 가동률이 평상시의 20∼30%에 불과할 만큼 내수가 죽다보니 국내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낮아지게 됐다"며 "금 수출호조는 국제 금값 급등과 내수부진이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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