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재선 이후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간에 미묘한 갈등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은 막대한 무기 도입국인 대만을 두둔하는 입장이고 중국은 이를 어떻게 든 견제해야 하는 상황.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유럽은 대 중국 무기판매를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미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본부(DSCA)는 지난달 30일 중국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는 데 핵심역할을 할 장거리 조기경보 레이더 장비의 대만 판매를 승인했다. 17억7,600만 달러에 달하는 이 장비는 대만의 대 중국 군사력을 한층 강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 국방부는 이번 레이더 장비 판매가 "해당 지역의 기본적인 군사균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만의 안보방위능력 향상에 도움을 줌으로써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가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은 또 대륙을 사정권에 둔 사거리 2,000㎞의 중거리 지대지 미사일 30기를 포함한 대륙 공격용 중·단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영국 군사잡지인 '제인스 미사일 앤드 로켓'이 1일 보도했다.
토머스 파고 미 태평양사령관은 1일 "명령이 있으면 우리의 힘이 대만을 지킬 준비와 능력을 갖췄음을 확실히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조기경보 레이더 판매 방침과 관련, "잘못된 메시지를 대만에 전달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쿵취앤(孔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특히 요즘과 같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 미국은 대만 당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그들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국은 유럽연합(EU)의 대 중국 무기수출에 대해 적극적인 외교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프랑스를 중심으로 무기 금수의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 강해졌으며 EU 대외정책 담당 대표 하비에르 솔라나도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을 때 무기금수 해제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유럽국가들과 일련의 공식회담을 요구, 제동을 걸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2일 보도했다. 유럽 군사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이 두려운 까닭이다.
부시 행정부 일각에서는 이라크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의 분쟁이 가라앉기 시작한 시점에서 중국 문제에 대한 견해 차가 또 다시 분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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