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은 창고에 쌓아두기보다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연구하고 전시해야 제값을 하죠."중국, 티베트, 몽골 등에서 수집해온 고대 유물 2,117점을 1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신영수(49) 티벳박물관장. 중앙박물관이 생긴 이래 해외문화재 기증 사례로는 최대 수량을 기록할 만큼 많은 유물을 내놓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할 길을 찾아 기쁘다"며 후회하는 기색이 없다.
티벳박물관(서울 종로구 소격동)과 성(性)문화박물관(서울 종로구 관훈동)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신 관장은 20년 넘게 국내외에서 각종 유물들을 수집해 공개하고 있다. 서울의 아름다운차박물관, 작은차박물관과 경기 파주시에 있는 스키등산박물관도 그가 직접 수집품으로 만들고 꾸민 박물관들이다. 올 10월에는 동양 총포 자료 300여 점으로 총포박물관도 개관할 계획이다.
신 관장의 수집 안목에는 중앙박물관 측도 감탄하는 눈치다. 이건무 중앙박물관장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오르도스(내몽골 지역) 청동기를 중심으로 한 이번 기증품에 대해 "오르도스식 동검과 동물무늬 허리띠꾸미개를 비롯해 청동도끼, 마구류 등 중국 북방지역 청동기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의 구색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한국 고대 청동기문화의 계보를 밝혀줄 기초 연구 자료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발해 유물로 보이는 뒤꽂이도 포함돼있다. 중앙박물관은 이 유물들을 2005년 용산박물관 개관시 동양실에 전시할 방침이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그는 군 입대 전 건강이 좋지 않아 혼자서 많은 시간을 박물관 등에서 보내면서 유물 수집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1980년대 초반에는 한강 하류에서 채집한 석기를 고 김원룡 박사에게 제보, 조사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유물을 반출하다 세관에 적발돼 고스란히 빼앗기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간 수집품 중 가짜로 드러난 것들도 수백 점인데, 이것들만 모아서 '위작박물관'도 세워볼까 생각하고 있죠."
신 관장이 만든 사설박물관들은 흑자를 낼 정도로 상황이 좋은 편이다. 그는 "박물관은 서비스업"이라고 강조한다. 차박물관의 경우 관람 후 고려, 조선시대 그릇으로 차를 시음할 수 있게 하는 등 볼거리와 체험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신 관장은 "꾸준한 기획전 개최, 관객 참여 이벤트 마련 등으로 박물관 문턱을 낮추어야 한다"며 "생활 속의 박물관이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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