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하면 흔히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남미 여행자들은 페루를 먼저 간다. 16세기 초까지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꽃피웠던 잉카문명의 유적지를 보기 위해서다. 그래서 남미를 여행한 사람들이라면 페루 음식을 한 두번씩은 맛보게 된다.때마침 국내에서 페루 전문음식점이 처음 문을 열었다. 상호는 쿠스코. 옛 잉카제국의 수도 이름으로 세상의 배꼽(중심)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남미 여행 경험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 만큼 규모는 아담하지만 별미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페루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라도 페루 음식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유럽인들이 건너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선 양식이 대부분이지만 페루 음식은 양식과 궤를 달리한다.
잉카제국을 건설한 몽골인들의 후손인 남미 인디오들이 즐기는 페루 음식은 굳이 분류하면 고대 아시안 푸드. 우리네 식단처럼 곡물과 야채, 생선 등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한식에 더 가깝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고추 등이 음식의 주재료이며, 치즈나 느끼한 음식은 찾아 보기 힘들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세비체. 흰살 생선을 레몬즙에 절여 해물 소스에 버무린 남미식 회요리다. 주문하면 30분 이상 양파와 함께 재워 나오느라 기다리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새콤한 맛이 독특하다. 특이하게도 이 음식은 페루 사람들이 해장용으로 먹는 단골 메뉴다. 우리는 생선회를 술안주로 먹지만 이들은 반대 경우. 레몬과 양파가 들어간 까닭에 시고 맵다. 노란 소스에는 고추 양파 생강 마늘이 많이 들어간다.
모듬을 시키면 같이 나오는 빠빠레예나는 삶아 갈은 감자를 만두처럼 고기와 야채양념으로 만들어 우리네 고로깨와 비슷하다. 또 새우 오징어 조갯살 등을 레몬즙에 숙성시켜 튀긴 치차론데 마리스꼬스도 우리 입맛에 맞다.
사골과 야채를 함께 우려낸 육수로 만든 버섯소스 닭고기 스튜는 식사 메뉴로 적당해 보통 밥을 비벼 먹는다. 와인숙성 돼지고기 야채 스튜에 해당하는 압도 데찬초을 시키면 상큼하고 새콤한 소스에 빵을 찍어 먹는 재미가 있다. 남자 엄지손가락만한 옥수수도 눈길을 끄는 식재료들.
아무래도 낯선 페루 음식이다 보니 주방에 2명의 페루인이 와 있다. 모두 페루 현지 한인식당에서 일하던 이들인데 이들은 전혀 맛에 변형을 주지 않고 현지 방식 그대로 음식을 만든다. 한국 사람 입맛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판단해 메뉴를 고르는 것은 주인 이원종(35)씨의 몫. 식사 중간마다 손님들이 전시돼 있는 페루의 망또 가방 모자 등 각종 기념품을 이용해 기념촬영을 하며 즐거워 한다.
/박원식기자
● 메뉴와 가격 3∼4인용 세비체 모듬 3만5,000원. 보통 2인용인 일품메뉴들은 1만2,000원. 닭고기고추소스 덮밥인 아히데갈리나 등 식사용 메뉴는 7,000원부터. 멕시코 음식과 메스칼이나 데킬라 등 남미 술들도 구비.
● 영업시간 및 휴일 매일 밤 12시까지, 연중무휴.
● 규모 및 주차 테이블 7개와 바에 좌석 36석. 인근 골목에 주차 가능.
● 찾아가는 길 지하철 2호선 합정역 5번출구
● 연락처 (02)334-6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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