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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고속철 동승기/"빨라 좋은데 좌석 등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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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고속철 동승기/"빨라 좋은데 좌석 등 불편"

입력
200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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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1일새벽 4시30분. 역사적인 첫 고속철도 운행을 앞둔 부산역 역사에 승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류 가방을 든 출장객과 조카 결혼식 준비를 위해 서울로 가는 40대 여성, 대구에 제사를 지내러 나선 일가족 등 승객들은 한결같이 기대와 설렘 속에 대합실에 들어섰다. 현대식 건물로 새단장한 역사에는 화려한 조명이 비춰지고 축하 현수막도 내걸렸다. 4시50분께 탑승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은 하나 둘 개찰구를 통과했다.

첫 탑승객으로 기록된 자혜 스님(68)은 "1개월에 2, 3번 서울에 갈 때면 김해공항서 비행기를 이용했는데 고속철도가 수속절차도 간편하고 이용하기 편해 20년 만에 기차를 타게 됐다"며 "이런 영광이 나에게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탑승에 앞서 비디오 카메라, 디카 등을 이용, 날씬한 고속열차를 배경으로 여승무원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5시5분 '삐'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면서 열차는 미끄러지듯 출발했다. 절반 이상이 빈 좌석이어서 객차의 분위기는 썰렁했지만 여승무원들은 쏟아지는 승객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여승무원 강혜련(26)씨는 "예행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막상 실제 운행에 들어가니 긴장된다"며 "음료 제공시 앞치마 두르는 걸 깜빡 잊었다가 고쳐 입었다"고 말했다.

자리에 앉은 승객들은 "내부가 화려하기는 하지만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보다 오히려 불편하다"는 반응이었다. 일반석의 경우 좌석 간격이 너무 좁아 앞 자리 승객과 무릎이 부딪칠 정도이고 팔걸이 폭도 옆 자리 승객이 신경 쓰일 정도로 좁았다. 4인용 접이식 탁자에서 나는 소음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컸고 터널 통과 때는 깜짝 놀랄 정도로 소음과 진동이 심했다.

특히 시범운행 때부터 지적된 48㎝의 좁은 통로와 한 방향으로만 고정된 붙박이 좌석에 대해서도 불만이 컸다. 열차 진행방향과 반대로 배치된 좌석에 앉은 승객들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자리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고속으로 운행하던 열차가 6시59분 대전역에 도착하자 정장을 입은 서울 통근족들이 자유석이 위치한 17, 18호차에 올라섰다. 이날 서울 충정로로 첫 고속열차 통근을 하는 공무원 김모(42)씨는 "아내가 지난해 대전으로 전근하면서 1년여간 주말부부 생활을 했는데 고속철도 개통으로 대전 집에서 통근이 가능해져 다행"이라며 좋아했다. 김씨는 대전 중촌동 집에서 6시45분에 나와 부인 차편으로 50분에 역에 도착한 뒤 59분 열차에 탑승, 7시54분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역 도착 직전 "곧 대전역에 도착합니다"라는 잘못된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김씨는 "실수도 재미있네요"라며 웃었다. 이 열차는 광명역 출발 시에도 "곧 광명에 도착합니다"라고 잘못된 방송을 내보냈다.

한편 이날 천안·아산역을 경유하는 다른 열차들에서는 기대했던 '통근족'들의 모습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이 역에서 탑승한 강성현(39)씨는 "첫 운행이라 한번 이용해봤지만 불과 20∼30분 빨리 서울에 오는 점 때문에 비싼 고속열차를 타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무궁화호가 서는 천안역은 주차비가 공짜인데 고속철도 천안·아산역은 월 10만원을 받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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