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알트만(79) 감독은 풍자와 비판의 시각으로 미국사회를 관찰해온 할리우드의 이단자이다. 그는 반전 에피소드를 꾸미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으며, ‘전투’ ‘보난자’ 등 유명 TV시리즈 연출로 쌓은 영상 기술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이룩했다.1925년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보험 영업사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미주리 주립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2차 세계대전 중 공군에 입대, B-24 폭격기 조종사로 남태평양에 43회나 출격했으며, 전후에는 광고업체에 입사해 광고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다.
그의 이름을 알린 작품은 ‘매쉬’(70년). 이 영화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그는 일약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기수로 떠올랐다. 이후 서부극 ‘버펄로 빌과 인디언’(76년), 필름 느와르 ‘길고 긴 이별’(73년), 뮤지컬
‘내쉬빌’(75년), SF영화 ‘퀸테트 살인게임’(79년)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미국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타협을 모르는 성품과 냉소적인 시각 때문에 80년대에는 할리우드 주류 영화계에서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는 90년대에 다시 평단의 관심을 끌면서 전면에 부상했다. 특히 ‘플레이어’(92년), ‘숏컷’(93년), ‘고스포드 파크’(2001년, MBC 4일 밤 12시30분) 등은 그의 작품 스타일을 여실히 드러낸 수작으로 꼽히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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