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well-being)'열풍이 거세다. 굳이 해석하자면 '잘먹고 잘살자'는 의미인 웰빙이 웰빙족(族), 웰니스(wellness) 등 다양한 파생어를 만들어내며 사회전반에 파고 드는 이유는 현대인 스스로 잘먹고 잘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여행분야의 새 트렌드도 웰빙이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는 것에 더해 몸과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추구하는 이른바 웰빙여행이 자리를 굳히고 있다. 새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대표적인 웰빙여행지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Remember me to one who lives there, she once was a true love of mine.(스카보로 시장에 가시나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와 타임향으로 가득한. 그 곳에 사는 한 여인에게 안부전해주세요, 그는 한때 나의 진정한 사랑이었죠)”-스카보로 페어, 사이먼 앤드 가펑클(Simon & Garfunkel).
학창 시절, 지그시 눈을 감고 이 노래를 들으며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파슬리 세이지 로즈메리 타임’향으로 가득한 스카보로 시장을 언젠가 꼭 가보리라고 다짐한 적이 있었다. 그 꽃들의 모습도, 향기의 실체조차 모른 채. 그 꽃들이 모두 허브 계열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그로부터 훨씬 이후였다.
이런 소원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는 곳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경기 포천시 신북면 삼정리 허브아일랜드가 바로 그곳이다. 1만여평의 부지에 조성된 허브농장이다. 허브란 식물의 한 부분이 식용, 약용으로 쓰이거나 향기를 가지고 있어 음식의 향신료로도 이용되는 것을 총칭하는 의미. 향에 취하고 맛에 취하다 보면 저절로 건강이 따라오는 허브의 나라로 떠나는 여행, 웰빙여행의 시작이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43번 국도를 타고 의정부를 지나 포천 시내까지 간 다음 87번 지방도를 따라 좌회전, 344번 지방도에서 다시 좌회전하면 삼정초등학교와 허브아일랜드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난다. 삼정초등학교 바로 뒷편에 있다. 3번 국도를 이용, 동두천을 지나 초성리에서 344번 지방도를 따라 우회전, 신북온천을 지나면 된다.
입구에 들어서자 갖가지 꽃향기가 진동한다. 아담하게 꾸며진 9개의 실내건물에는 다양한 아이템의 허브관련 시설이 즐비하다. 1998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 6년째를 맞는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수도권 유명 관광지로 자리잡기까지는 주인 임옥(43)씨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다.
당초 이 곳은 은행을 비롯한 기업체 연수원으로 사용할 요량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IMF의 영향으로 기업체의 도산이 잇따르자 허브농장으로 용도를 급선회했다. 매일 허브를 소재로 한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개발해냈다. 향기주머니부터 허브초, 허브비누, 향기목걸이, 향기베개까지, 지금까지 만들어낸 것만도 2,000가지가 넘는다.
공예 관련 자격증만 28개를 가진 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을 보기 위해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건물 1개동으로 시작했지만 해마다 건물 1~2개 동을 늘렸고, 각 건물마다 예쁜 이름을 지었다.‘허브향기 가게’‘허브 책가게’‘허브 빵가게’‘식물원’‘허브카페’‘허브 레스토랑’등. 100평 남짓한 밭에 심어졌던 허브는 이제 농장전체를 뒤덮었다.
메인건물인 ‘허브향기 가게’로 들어서면 직원 한명이 다가와 페퍼민트액을 목덜미에 발라준다. 코가 뻥 뚫리고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임씨가 제작한 각종 허브용품이 모여있는 이 곳은 동화속에 나오는 공주의 방 같은 분위기이다. 허브를 이용한 모든 종류의 제품으로 빈 공간이 없다. 소홀하기 쉬운 천정에도 드라이플라워가 가득 채워져 향기를 더한다.
또 하나의 명물인 허브레스토랑에 들어서니 향긋한 반찬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허브비빔밥을 시켰다. 일반 음식점에서 본 비빔밥과 확연히 다르다. 밥뚜껑을 열면 라벤더향이 확 들어온다. 비빔재료로는 로즈마리, 바질, 장미, 알파파, 무순 등 허브일색. 라벤더 된장국에 레몬 밤차가 따라 나온다. 입안이 향기로 가득해진다. 맛도 뒤지지 않는다. 가격도 5,000원이어서 부담이 없다.
허브를 재료로 만든 빵가게와 다양한 향의 허브차를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인기.
식물원에는 봄꽃이 활짝 피었다. 허브향을 맡아보기 위해 가만히 코를 갖다 댔다. 예상만큼 향이 나지 않는다.“꽃잎을 손으로 문지르면 향이 가득 퍼진답니다.” 임씨의 조언에 따라 손으로 꽃잎을 비볐더니 과연 그랬다. 허브향이 손끝으로 느껴진다. 건물 가득 들려오는 명상음악까지 더해지니 눈, 코, 귀, 혀, 촉각 등 오감을 모두 만족시킨다.
하루를 쉬어가고 싶다면 아로마테라피 체험실을 이용한다. 라벤더, 오렌지, 페퍼민트, 장미방 등 4개의 객실이 마련돼있다. 각 방의 색조는 이름에 걸맞는 컨셉으로 이뤄졌다. 물론 방 이름에 맞는 향기도 가득 전해진다. 월풀욕조에서의 스파 마사지, 발마사지, 증기흡입 등 다양한 향기치료가 곁들여진다. 2인1실 기준 1박 15만원.
“허브향을 맡으면 신체의 균형을 맞춰주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는 임씨는 “잠시나마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을 준다”고 말했다. 입장료 무료. www.herbisland.co.kr (031)535-6494.
/포천=글·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허브아일랜드 주변 명소들
포천은 웰빙여행지로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물좋고 시설이 뛰어난 온천이 곳곳에 있기 때문. 허브아일랜드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포천황토랜드(031-536-1010)가 있다. 국내 대표적인 중탄산나트륨천인 신북온천(535-0580)도 차량으로 5분거리로 가깝다. 포천시 일동면은 온천밀집지역으로 유명하다. 일동하와이(536-5000), 일동사이판(536-2000), 일동제일유황온천(536-6000), 일동용암유황온천(536-4600) 등.
산정호수도 필수코스. 명성산 아래에 조성된 25만㎡ 규모의 인공호수이다. 호수와 주변 산세가 한 폭의 그림이다. 호수에서 즐길 수 있는 물놀이기구가 많고 숙박시설도 양호해 가족 단위 혹은 연인들이 즐겨찾는다. 성인 1,000원, 주차비 1,500원. (031)532-6135.
산정호수주변은 또 고려왕조 탄생의 두 주인공인 왕건과 궁예와도 인연이 깊다. 후고구려에서 태봉으로 국호를 바꾼 궁예가 결국 왕건에게 쫓겨나자 궁예의 부하와 식솔들이 울음(鳴) 소리(聲)가 이 산까지 들렸다고 해서 명성산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인근 한탄강은 도망중인 궁예가 신세를 한탄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산아래 있는 자인사(慈仁寺) 역시 두 영웅이 악연을 풀고 미륵세계를 구현하라는 뜻에서 지어졌다고 한다.
이밖에 값싸고 푸짐한 상차림으로 유명한 일동갈비촌도 먹거리로는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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