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거리에서 당구장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예전에 당구장이 얼마나 많았으면 문자 기호 ‘※’를 ‘당구장 표시’라고 불렀을까. 1970, 80년대 당구장 하면 자욱한 담배 연기와 자장면, 야쿠르트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90년대 초반 포켓볼이 대중화하면서 젊은 여성이 늘고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인터넷 게임이 건조주의보 내린 날 일어난 산불처럼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면서 어느새 거리의 당구장은 PC방, 게임방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추억의 자락을 잡고 있는 30, 40대 회사원들에게 익숙한 오락인 당구, 그래도 전국 동호인이 1,000만명이라 하니 그 열기가 아직 식지는 않은 것 같다.
SBS스포츠채널 ‘SBS 당구_포켓볼’(토 밤 10시)에서는 4구, 쓰리쿠션, 포켓볼 등 다양한 당구 경기를 방송한다. 특히 2003년 포켓볼대회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남녀 준결승과 결승 등 빅6 경기를 4월 첫 주부터 매주 방송한다. 2003년 경기들은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들에 비해 연령이 낮은 20대 초반이고 국제 경험도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술을 보여주어 큰 화제가 된 경기가 많았다.
포켓볼은 선수들의 포지션 플레이가 관전 포인트다. 특히 수비가 가능하게끔 운영하는 부분은 4구에서도 느끼지 못하는 또 다른 매력이다. 포켓볼은 공이 4구보다 많기 때문에 다양한 위치를 운영할 수 있고 공격적인 플레이가 가능해 경기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가 짜릿한 흥미를 느낄 수 있다. 혹자는 기술보다는 과감함과 결단력이 필요한 포켓볼을 총싸움, 세심한 기술과 치밀한 계산이 요구되는 일반 4구를 칼싸움에 비유하기도 한다.
MBC-ESPN ‘프로예술당구 트릭샷 매직’(토ㆍ일 오후 4시30분, 밤 11시)은 2001년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포켓볼 대회다. 참가 선수 8명, 총 상금 2만5,000달러가 걸린 이 대회는 선수들이 각각 12개의 예술구 과제에 도전한다. 12개의 예술구는 대회 지정 6개, 참가자 창조 6개 기술로 시합을 하며, 각 과제에 2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총 24번의 시도 후 성공 점수로 승패를 가린다. 2001년도 결승전에서는 스테파노 펠랑가와 마이크 마세이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대결을 펼쳤고, 마이크 마세이가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보통 당구 실력을 가늠할 때, 일명 ‘다마수’를 따진다. “난 당구 30쳐” “난 200은 치는데” 등등. 그런데 예술당구를 치는 사람들은 보통 1,000을 넘는 수준이다. 신의 경지라고도 할 수 있다. 예술당구는 볼이 서로 밀어내는 작용과 타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볼이 정확히 자리잡지 않으면 볼의 진로가 달라져 실패하기 십상. 공감각적인 계산과 설계가 필요하다. 당구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예술당구의 세계에는 그래서 탄성이 멈추지 않는다.
1912년 순종이 창덕궁에 옥돌대 두 대를 설치하고, 큐대를 잡은 것이 우리 당구 역사의 시작이라 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당구 치는 사람의 가장 큰 목표는 큐대로 당구공을 정확히 맞추는 것이다. 보다 빨리, 그리고 정확히 목표를 맞춰보자.
/공희정 스카이라이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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