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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선택 4·15 /후보 납세 내역 살펴보니…

입력
200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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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 후보자들이 신고한 납세 실적을 꼼꼼히 따져보면 매달 꼬박꼬박 세금을 내야 하는 '유리지갑' 봉급 생활자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너무 많다. 수십억원대 재산을 신고하고도 5년간 단돈 1만4,000원만 세금으로 낸 후보가 있는가 하면 번듯한 전문직 직업을 가지고서도 10만원대의 세금을 낸 후보도 있다. 1일 후보등록 마감 결과 1,175명의 후보 중 연간 100만원 미만의 세금을 낸 후보가 37%에 달하는 433명이었고 그 중 한푼도 내지 않은 후보도 31명이었다. 후보들은 가지각색의 이유를 대며 해명했지만 탈루 의혹이 짙어보이는 경우도 꽤 있었다.충남 천안을에 출마하는 무소속 안선원 후보는 임야 등을 합친 자신의 재산을 22억7,900만원이라고 신고했으나, 5년간 소득세와 재산세, 종토세로 모두 1만4,000원만 납부했다. 안 후보측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사설묘지 허가권이 재산으로 올라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무소속 김영술(경북 경주) 후보는 10억원대의 재산을 가지고 있고 직업을 모회사 대표라고 신고했지만 세금 납부기록은 5년간 2만4,000원이었다. 김후보는 "현재 창업 중이어서 매출이 없다"고 말했다.

강원 원주에 출마하는 자민련 김광림 후보의 경우 재산은 28억원대였지만 연간 19만원이 조금 넘는 세금만 납부한 것으로 신고했다. 또 이 지역 모 정당 후보는 부모의 재산 8억3,600만원을 신고했으나 연간 납세액은 14만원대였다.

재산 11억1,500만원을 신고한 열린우리당 노영민(충북 청주 흥덕) 후보도 연간 100만원 정도의 세금만 낸 것으로 나타났다. 노 후보측은 "재산 상당수가 배당금이 발생하지 않는 비상장 주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직 출신 후보 중에서도 납세액이 봉급생활자들의 평균 납세액에 미치지 못하는 후보가 많았다. 변호사인 한나라당 주성영(대구 동구갑) 후보는 재산을 11억여원이라고 신고했지만 연간 납세액은 180만원이었다. 주후보측은 "변호사 개업을 최근에 한데다 출마 때문에 수임을 못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당 유선호(전남 장흥영광) 후보도 재산 10억원대의 변호사지만 역시 연 180만원의 세금을 냈다.

역시 변호사인 우리당 박선아(대구 달서병) 후보는 1년간 18만2,000원의 세금을 냈다고 신고했다. 박 후보측은 "변호사 개업을 한지 2년밖에 되지 않았고 수임건수도 별로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회의원 중에서는 민주당 최재승(전북 익산갑) 의원이 5년간 33만7,000원의 세금만 냈다고 신고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최 의원측은 "사회단체 기부금이 많아서 세금 공제를 많이 받았다"며 "지난해에도 각종 단체에 2,459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17대 총선 입후보자 중에는 최근 5년 동안 세금을 한 푼도 안 낸 '납세 0원'인 사람들이 꽤 있다. 1일 최종 등록후보자 1,175명 중 1999∼2003년까지 소득세와 재산세, 종합토지세를 한 푼도 안 낸 후보가 31명(2.6%)이나 된다. 당사자들은 "재산도 없고 소득도 없다" "세금 낼 기회가 없었다"는 등 나름의 곡절을 해명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금 한 푼 못 낼 정도로 재산이 없는 사람이 기탁금 1,500만원을 비롯해 상당한 돈이 드는 총선에 출마한다는 게 가능하냐는 의문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이들 중 7명은 군대까지 안 간 사람들로 국민의 기본 의무인 납세와 국방의 의무 모두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신의 아들이냐"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전과까지 갖고 있는 이른바 '납세·병역·전과 3관왕'도 5명이다.

납세 실적이 전무한 후보들은 저마다 다양한 해명을 내놓았다. 우선 '무소유·무자산형'. 이환식 후보는 "외국에 계속 있다 올해 국내로 들어왔기 때문에 납세 실적이 없고 국내에 재산도 없다"고 밝혔다. 최인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비서로 활동하면서 월급을 받는 형편이 아니었고 친인척의 도움으로 생활했다"며 "세금 낼 기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노창동 후보는 "재산은 현재 800만원이 전부고 소득도 없어 친구들 도움으로 산다"고 했고, 김기평 후보도 "지하단칸방에 살고 소득도 직장도 아무 것도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사업 실패형'. 김린경 후보는 "사업하다 부도가 나 청산한 뒤 재산이 없다"고 말했고, 채선수 후보도 "벤처기업을 했는데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다 돈 한 푼 집에 못 가져왔다. 이게 기업인의 실정이다"고 항변했다. 박홍렬 후보는 "학원 논술 강사를 했는데 강사들은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강사료를 받았다"고 말했고, 조시대 후보는 "사법시험을 17년 준비하다 실패하고 지금은 발명을 하고 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나 '납세 0원' 후보자들의 직업과 경력을 찬찬히 뜯어보면 기업 대표 자영업자 사단법인 이사장 교수 등 내로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억5,000만원의 재산을 신고(안완길 후보)했지만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납세실적이 전무하면서 군대까지 안 간 사람들도 있다. 최인호 후보는 1989년 집시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고, 수형(受刑)으로 소집이 면제됐다. 정재복 후보는 73년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은 뒤 고령으로 소집 면제를 받았다. 조시대 후보는 80년 절도로 2년형을 선고 받고 수형을 이유로 소집면제 됐다. 조우섭 신현영 후보도 소집면제 됐고 이준모 후보는 '생계곤란'으로, 배동식 후보는 '치아 부정교합'으로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아 군대에 가지 않았다.

최인호 정재복 조시대 조우섭 신현영 후보는 모두 전과도 있어 결과적으로 불명예스러운 3관왕이 된 셈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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