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결정했다. OPEC는 계절적 비수기를 앞두고 유가방어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감산 결정이 이루어졌고 추가 감산까지 논의되고 있어 앞으로 상당 기간 고유가 행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 내 3대 정유시설 중 하나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의 정유시설 폭발도 유가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세계 석유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우리나라는 고유가, 고물가, 원화가치 상승 등 이른바 '신 3高'의 삼각파도에 휩싸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미 상당기간 지속된 고유가로 오름세로 돌아선 소비자물가는 3월에 1.0% 급등, 4개월째 가파른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원화가치도 치솟아 유일한 활로인 수출전선에도 경계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가 연간 5달러 상승하면 경제 성장률은 0.3%포인트 떨어지고 물가는 0.5%포인트 오른다.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유가 급등으로 인해 서방 선진 7개국의 경제 성장률이 앞으로 9∼12개월 동안 0.3%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으로 수출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마지막 보루인 수출전선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불길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분석들이다.
매번 되풀이되지만 이제는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유가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최대한 통제할 수 있는 장치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친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고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언제까지 유가 움직임에 우리 경제가 휘청거리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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