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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컬렉션 100배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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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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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저런 옷을 누가 입지!”패션쇼에서 가슴이 훤히 드러난 블라우스를 입은 모델이 캣워크를 걸어나올 때면 어김없이 나오는 소리다. 하지만 걱정 붙들어 매시라. 누구도 그 옷을 모델이 입은 방식대로 입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패션쇼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모델들의 아슬아슬한 노출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쇼를 통해 제안하고자 하는 트렌드다. 패션쇼를 보고난 뒤 올 가을 꼭 구입해야할 품목 몇 점을 머리속에 그렸다면 당신은 패션컬렉션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다.

바야흐로 컬렉션 시즌. 뉴욕 밀라노 파리 등 세계 빅3 컬렉션이 모두 끝났지만 서울은 이제부터 패션열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4월은 국내 양대 주모컬렉션으로 꼽히는 서울컬렉션위크(2~6일)와 스파컬렉션(SFAAㆍ16~18일)의 2004/05 F/W컬렉션이 잇따라 열리는 달.

국내 톱디자이너와 신인 등 모두 54명이 참가해 48회의 패션쇼를 펼치는 이번 컬렉션은 올 가을과 겨울의 유행경향을 한 눈에 엿보면서 패션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럴려면 우선 컬렉션을 제대로 보는 즐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

계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라

2000년대 들어 컬렉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계절감각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중요해졌다. 패션평론가 허준씨는 “과거 겨울옷은 무겁고 칙칙한 것이 당연시됐지만 최근에는 소재의 고급화ㆍ경량화 추세를 타고 민소매 원피스를 추동컬렉션에서 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스러움과 로맨티시즘이 메가트렌드를 형성하면서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나 하늘하늘한 시폰 등 전통적으로 봄여름에 많이 보이는 소재들이 다투어 사용되는 것은 대표적인 계절파괴 현상. 또 파티문화가 뿌리내리면서 노출이 심한 섹시한 이브닝드레스들이 다수 출품되고있는 것도 같은 맥락. 추동컬렉션이라고 두꺼운 겨울코트나 모직 투피스를 기대한다면 옛날 사람이다.

모델처럼 입는다는 생각은 금물

현장에서든 TV를 통해서든 패션쇼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과연 저 옷을 정말 입으라고 만든 것일까?’이다. 캣워크를 걸어나오는 모델이 영화 ‘제5원소’의 여주인공처럼 아슬아슬한 밴디지스타일의 옷이라도 입고 나오면 궁금증은 더 증폭된다. ‘과다노출로 주목을 끌려는 수법’이라는 혐의가 곧장 따라붙는다.

그러나 디자이너도 생활인이다. 상식에 어긋나는 옷차림을 강요할 리 없다. 물론 패션쇼에 나오는 옷 중에는 일종의 분위기메이킹을 위한 것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쇼를 통해 대중의 호응을 엿본 뒤 자기 브랜드 고객의 특성에 맞게 수정되고 상품화된다. 초미니스커트는 여전히 미니스커트이지만 일반인들이 편하게 입도록 길이가 조정될 것이고 원래 길이 그대로의 미니스커트에는 레깅스가 세트로 곁들여지는 방식이다.

다만 쇼에서 옷들이 야하게 표현되는 이유는 옷 하나하나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기 위해 모델의 맨몸 위에 입혀지기 때문이다.

코디네이션을 배우는 지름길

패션쇼가 흥미있는 것은 다양한 디자이너들로부터 의상연출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추동시즌 샤넬쇼에서 제안한 레그워머(일명 발토시) 패션이 전세계를 강타한 것처럼 패션쇼를 통해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코디네이션 방법은 멋내기에 관한 한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국내서는 홍승완씨가 선보였던 통바지위에 주름치마와 피코트를 덧입는 레이어드스타일, 루비나가 제안한 모피조끼에 두꺼운 허리띠를 두르는 스타일 등이 인기 연출법으로 떠올랐었다.

스타일리스트 조명숙씨는 “컬렉션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이제 국내 디자이너들도 옷뿐 아니라 신발과 핸드백 등 액세서리, 헤어스타일과 화장법에 이르기까지 토탈 패션을 소개하고 있다. 여러 디자이너들의 패션쇼에 공통적으로 선보이는 의상연출법이나 헤어스타일 등을 눈여겨 봐두면 멋쟁이 소리를 듣는데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인을 보려면 컬렉션에 가라

이른바 스타마케팅은 컬렉션 현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스타는 멋진 옷을 공짜 혹은 염가로 제공받으니 좋고 디자이너는 스타가 유명할수록 광고효과가 배가되니 좋다. 스타와 패션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는 컬렉션 현장에 그대로 나타나서 자청해서 오든 디자이너가 요청을 해서 오든 컬렉션 현장에 단골로 나타나는 연예인들이 부쩍 늘었다.

탤런트 김지호 오승현 강수연 노현희 김희애 염정아, 연극인 윤석화 박정자, 가수 바다 자두, 개그맨 안영선 김영철씨 등이 컬렉션 무대에 자주 나타나는 연예인. 그러나 스파컬렉션이든 서울컬렉션위크이든 가장 많이 얼굴을 보이는 연예인은 강부자씨다. 특히 강씨는 스파컬렉션이 있는 날은 거의 매일 컬렉션 현장에 나와 중견디자이너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자랑한다.

입고싶은가 Vs 입고싶지않은가

패션쇼를 열심히 본다 해도 프로가 아닌 한, 디자이너의 작업내용이 뛰어난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제품수주라는 패션컬렉션 최고의 목표가 거의 사장되다시피하고 컬렉션이 일종의 무대공연화하는 현실 때문에 패션쇼가 ‘판단불가의 난수표’처럼 느껴지기 일쑤다.

그러나 패션쇼는 근본적으로 사람들에게 팔기위한 상품을 미리 선보이는 무대. 당연히 사람들이 입고싶어하는 옷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본이다. 패션평론가 허준씨는 “팔리지않는 옷은 존재가치가 없으며 작가처럼 행세하는 디자이너는 자기만족을 먹고 살 수 밖에 없다”면서 “‘과연 나라면 저 옷을 입고 싶은가 입고 싶지 않은가’가 좋은 쇼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일정

제품수주를 위한 바이어와 프레스 위주의 해외 컬렉션과 달리 국내 컬렉션은 참관자가 주로 학생과 고객들이다. 티켓도 판매한다. 스파컬렉션은 티켓파크(www.ticketpark.com)에서 회당 7,000원(20매 이상은 10% 할인)에 구입할 수 있다. 서울컬렉션위크는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 에서 회당 7,000원, 종일권은 3만~3만5,000원이다.

올해 서울컬렉션위크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지난해 한국패션협회가 주관한 월드디자이너 프로젝트 수혜자인 김지해 홍은주 문영희 등 3인 . 프랑스 오뜨쿠틔르의 초청멤버로 활동하고있는 김지해씨는 특히 이번에 프레타포르테 작업을 처음 소개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홍은주씨와 문영희씨는 지난 3월 파리컬렉션에서 선보인 작업을 국내에 다시 소개한다.

우영미씨와 정욱준씨의 남성복 무대도 관심을 끈다. 우씨는 파리 남성복컬렉션에서 현지 언론의 평가를 받았고 정욱준씨는 자신의 브랜드 론커스텀 외에 기성복 까르뜨옴므 디렉터로도 활약하며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최창호씨, 해외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미치코 코시노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유일하게 저녁 8시에 쇼를 갖는 지춘희씨는 작품과 함께 평소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고현정씨의 참관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편 스파컬렉션에서는 진태옥 설윤형 김동순씨가 자신의 딸들을 스파컬렉션에 데뷔시켜 화제. 특히 진태옥씨는 딸 노승은씨와 패션쇼 시간도 앞뒤로 붙어있다. 모녀 디자이너의 디자인세계가 얼마나 닮았는지 아니면 얼마나 개성적인지를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SFAA '모녀 디자이너들'

올 봄 컬렉션의 최고 화제는 '모녀대결'이다.

스파(SFAAㆍ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의 간판격인 유명 디자이너의 딸들이 동시에 컬렉션 데뷔전을 갖는다. 진태옥씨의 딸 노승은씨, 설윤형씨의 딸 이주영씨, 김동순씨의 딸 송자인씨가 그 주인공이다. 1996년 자신의 첫 패션쇼를 열며 중견디자이너로 성장한 노승은씨를 제외하면 이주영, 송자인씨는 이번이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난 첫 홀로서기다.

그동안 이영희-이정우, 김행자-박지원, 이신우-박윤정 등 모녀디자이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3명의 유명디자이너의 딸들이 한꺼번에 컬렉션 데뷔전을 갖는 것은 처음이다. 어머니의 후광을 업고 문턱 높은 스파컬렉션에 무임승차했다는 ‘혐의’도 받지만 이들은 ‘준비된 젊은피’로 국내 패션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벼른다.

피는 속일 수 없다

세 사람의 스파컬렉션 데뷔는 지난 연말 총회를 통해 결정됐다. 국내 최고수준을 자랑하면서도 멤버들의 고령화와 신입회원 부재 등으로 ‘식상하다’는 평을 받던 스파가 새 얼굴을 찾던 중 자연스럽게 셋이 물망에 올랐다.

세 사람은 똑같이 2대 패션인이지만 패션계에 발을 들인 계기는 정 반대다. 노승은씨는 외롭고 힘들게 작업하는 디자이너의 세계를 빨리 깨닫고 일찌감치 ‘패션계 사절’을 선언했다가 2년여에 걸친 어머니의 끈질긴 구애작전에 넘어간 케이스다. 다니던 치의대를 그만두고 미국 패션스쿨 FIT를 졸업, 96년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로 데뷔했다.

이주영씨는 반대로 설씨의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커티스음대 출신의 촉망받던 첼리스트의 길을 버리고 험로에 올랐다. 미국 파슨스대학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97년부터 설윤형디자인실에 합류했다. 설씨는 음악을 포기한 딸에게 ‘열’받아 그후로는 클래식을 전혀 안듣는다.

비교적 순탄하게 패션계에 들어선 송자인씨는 조소과를 졸업하고 미국 파슨스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 98년부터 김동순 울티모디자인실에 근무했다.

'엄마'라는 이름의 산, '딸'이라는 애물단지

송씨는 지난 연말 처음 스파컬렉션 데뷔 권유를 받았을 때 ‘당연히 그럴수는 없다’고 펄쩍 뛰었다. “어머니 후광을 입고 손쉽게 데뷔한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어요. 남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자랄 때부터 늘 엄마의 그늘 아래 있었고 결국은 엄마한테 묶이는 인생이 되는 것 같아 착잡했지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누가 뭐라든 나는 내 것을 보여주면 되는 거니까요.”

딸들에게 유명인 어머니는 넘지못할 산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노승은씨는 첫 패션쇼를 연 지 6년이 됐지만 이번 무대가 신인 때처럼 떨린다고 말한다.

“패션을 하면서 늘 엄마가 가장 두려운 존재였어요. 남들이 다 못했다고 해도 엄마가 괜찮다고 하면 그만일 정도로 중압감이 심했지요. 더구나 이번엔 엄마와 한 무대에 서는 만큼부담이 커요.”

딸들의 홀로서기를 보는 어머니들의 심정도 편치는 않다. 설윤형씨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씨의 작업실을 들여다보며 안절부절이다. 여성복이면 좀 도와주기라도 하겠건만 이씨는 남성복을 디자인한다. 김동순씨는 “데뷔가 결정나자 아예 작업실을 따로 구해서 나가고 출입도 못하게 하더라구요. 스케치 한 장 안 보여주니 은근히 속 상하던데요”라며 웃는다.

진태옥씨는 이젠 ‘진태옥의 딸 노승은’이 아닌 ‘노승은의 엄마 진태옥’이 되고싶다고 했다.

따로 또같이 그리고 세계로

컬렉션을 통해 각자의 기량이 판단되겠지만 세 사람은 나름대로 뚜렷한 패션관을 지녔다. 아무리 독특한 컨셉의 브랜드도 세월이 지나면 시장논리에 충실해지면서 다 비슷비슷해지는 것에 화가 난다는 송씨는 ‘오랫동안 자기 색깔을 내는 디자이너’가 꿈이다. 이씨는 한국적인 것을 모던하게 풀어내는 디테일이 살아있는 남성복으로 승부하고 싶다. 노씨는 한국패션이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꿈을 갖고있다. ‘엄마’들은 “이제는 그들의 시대”라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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