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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서 민간인 살해·시신훼손/"모가디슈 악몽 재연" 미국민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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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서 민간인 살해·시신훼손/"모가디슈 악몽 재연" 미국민 충격

입력
2004.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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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서부 팔루자에서 31일 매복 공격을 받아 사망한 미국 민간인 4명의 사체가 현지 주민들에 훼손된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성난 팔루자 주민들이 희생자들의 시신을 잘라 질질 끌고 다니다 다리에 매달았다는 소식은 미국인들에게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 시내에서의 참혹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면서 이라크 전후 상황에 대한 실상을 되돌아보게 했다.

CNN, 폭스뉴스 등 미국의 케이블 TV는 머리가 잘리거나 불에 탄 시신을 직접 보이지는 않았으나 이들이 탄 4륜구동 차량이 화염에 휩싸인 장면과 팔루자 주민들의 주변 시위를 담은 화면을 매시간 방영하며 상보를 전했다.

또 뉴욕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신문들도 1일자에서 이 소식을 톱 뉴스로 전하고 분석기사를 싣는 등 최근들어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 팔루자의 충격을 다뤘다.

미 백악관은 이번 사건이 후세인 정권 잔당들에 의한 잔혹한 살인행위라고 즉각 비난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6월30일로 예정된 이라크 정부로의 권력이양을 방해하기 위한 옛 정권의 잔당들이 이라크 내에 존재하고 있다"며 "이들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적인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비난했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이 같은 야만적인 살인행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전후 이라크 복구노력은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에서는 미군사령부 대변인인 마크 키밋 준장이 나서 "일부 지역의 소요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작전 지역은 객관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팔루자에서 벌어진 참상은 사담 후세인의 지지자들보다는 외국인 이슬람 과격분자들이 테러의 배후라는 미군 당국의 기존 이론과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신문은 이라크의 전문직 종사자, 상인, 전직 군인 등의 말을 인용, "미국은 이라크 민족주의와 아랍정서의 강한 유대에 기초한 전쟁에 직면해 있으며 이라크의 전국민적 저항은 앞으로도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미국에 더 큰 시련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미국인들은 모가디슈의 주민들이 미군 병사의 시신을 거리로 끌고 다녀 결국 미군 철수로 이어진 과거를 기억하면서 불길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전후 치안유지 노력의 성과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란이 재연될 소지도 크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낙관론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정부가 기업체들에 대해 재건공사 참여를 독려하면서 공사업자들에게 스스로의 안전을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등 혼란스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안 불안 대신 민주주의 정착을 강조하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은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미국의 민간인들이 이라크인들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모습은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있어 이번 사건이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에게 반드시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팔루자는 어떤 곳

팔루자는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60㎞ 떨어진 곳으로 요르단에서 바그다드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변에 있다. 서쪽의 라마디, 북쪽의 티크리트, 동북쪽의 바쿠바를 꼭지점으로 하는 수니삼각지대 안에 있으며, 저항세력의 활동이 가장 왕성해 미군들은 이곳을 '지옥'으로 부르고 있다.

알 안바르주에서 주도인 라마디 다음으로 큰 팔루자의 인구는 30만명이며, 이중 90%가 수니파 무슬림이다. 후세인 집권시절 특권층에 속했던 바트당원 거주 지역이어서 지금도 바트당 세력이 건재하다.

저항세력은 이곳의 후세인 지지 기반 위에 또아리를 틀고 저항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도심 곳곳에는 '미국인을 죽여라', '사담을 복귀시키자'등의 낙서가 즐비하다. 미군은 이곳에서 거의 매일 사상자가 나자 지난해 7월부터 도심의 병력을 외곽으로 빼 팔루자 도심은 무법지대가 됐다. 지난 2월 존 아비자이드 미 중부사령관이 이곳을 찾았다가 로켓추진 수류탄 공격을 받고 목숨을 잃을 뻔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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