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만우절이다. '만우절'은 영어 All Fools' Day를 직역한 것이다. 달 이름을 따 April Fools' Day라고도 한다. 서양 풍습에 따르면, 이 날엔 거짓말로 남을 속여넘기는 장난이 허용된다. 이 날 그런 장난에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을 에이프릴 풀(April Fool), 곧 '4월의 바보'라고 부른다.만우절의 기원에 대한 견해는 여러 갈래다.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보니,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견해는 16세기 프랑스에서 만우절 풍습의 기원을 찾고 있었다. 율리우스력을 채택하고 있던 16세기 중엽까지 프랑스에서는 신년 축하 행사를 4월1일에 벌였다. 그런데 당시 교황 그레고리우스13세가 1562년 율리우스력을 손질해 새로이 그레고리력(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을 제정하자, 프랑스의 샤를9세는 두 해 뒤 이 달력을 받아들여 1월1일을 정초로 삼았다. 그러나 이 소식이 나라 구석구석까지 곧 퍼지지 못해, 4월1일을 정초로 여기고 신년 잔치를 벌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어수룩한 사람들을 '4월의 바보'라고 부르며 놀려먹기 시작한 것이 만우절의 기원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 그레고리력이 제정된 것은 1582년이고, 교황 그레고리우스13세(재위 1572∼1585)와 프랑스 왕 샤를9세(재위 1560∼1574)의 재위 기간은 두 해(그레고리력이 제정되기 전인 1572∼1574) 밖에 겹치지 않는다. 그러니까 율리우스력이 그레고리력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만우절 풍습이 생겼다는 견해가 옳을지라도, 그 세부 주장들은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만우절 풍습이 프랑스에서 처음 생긴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이 풍습은 18세기에 영국과 아메리카로 퍼졌다. 프랑스에서는 만우절에 장난으로 하는 거짓말을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 '4월의 물고기')이라고 표현한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