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있는 교육'을 내걸고 교과서 내용과 수업시간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했던 일본의 교육개혁이 2년 만에 사실상 폐기됐다.31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내년 봄부터 사용될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에서 2002년 봄부터 적용해온 신학습 지도요령(교과과정)의 범위를 넘는 내용을 '발전적 학습'이란 명목으로 교과서에 게재하는 것을 허용했다.
학습부담을 줄이는 신학습지도요령에 따라 현 교과서에서 삭제됐던 산수 5학년의 사다리꼴 면적 공식, 과학 6학년의 심장 구조 등 9개 교과목 147종 교과서에서 출판사의 부활 신청내용이 모두 검정을 통과했다.
이는 신학습지도요령과 완전 주5일제 수업 실시로 인해 학력저하가 우려된다는 비난여론을 받아들인 것이다. '여유있는 교육'은 입시경쟁과 주입식 교육을 지양하고 학생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정서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교육개혁이었다.
역사기술과 관련해서는 한 출판사가 "조선에서 약 70만명, 중국에서 약 4만명을 끌어와 노동에 종사시켰다"는 기존 기술을 "조선이나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을"로, 다른 출판사가 기존의 "강제연행"을 "일본에 데리고 왔다"고 각각 자체 판단으로 완곡하게 수정했으나 검정 통과 교과서 전체적으로는 과거 기술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교과서 내용을 삭제했다가 다시 부활시키는 등 무원칙하게 바뀌는 교과서 검정제도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도 국가가 교과서 내용을 규정하기 보다는 출판사와 학교현장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교과서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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