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도료 페인팅 연작으로 평면 회화의 고정관념에 도전해온 문 범 건국대 교수의 개인전이 5년 만에 열리고 있다. pkm갤러리에서 25일까지 열리는 '랜덤 랜드스케이프'(우연한 풍경) 전은 그의 작품이 매번 그렇듯 강렬한 인상을 던져준다.이번에 전시되는 신작 30여 점에는 문씨가 1990년대 중반부터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속도에 대한 성찰적 고민을 담아 작업해온 'Slow Same' 'Slow Same Slow'연작이 포함돼있다. 자동차 도료를 뿌려 마치 물방울이 번져 얼룩지듯 미니멀한 화면을 만들어낸 ' Slow Same Slow' 시리즈, 손 힘의 강약을 조절하며 오일스틱을 문질러낸 'Slow Same' 시리즈에선 금방이라도 폭포 물줄기, 부드러운 모래 사막, 자욱한 안개를 붙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작가는 "특정한 풍경을 그리려 한 게 아니다"라고 하지만 그의 작품은 마치 수묵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곤 한다. 빨강, 파랑 등의 원색과 몽환적인 분홍과 보라 등 단 하나의 색상만으로 화면을 펼쳤음에도 상당히 감각적이다.
사진 작업도 처음 선보인다. 날카로운 톱니의 원형 톱날을 클로즈업한 '협상가', 붉은 바탕을 배경으로 외로이 있는 고등어를 보여주는 '무정부주의자' 등의 사진들 또한 독특하다. 더욱이 카메라 앵글에 포착된 피사체와 작품에 붙여진 의미심장한 제목 사이의 언밸런스 때문에 그의 사진은 매우 추상적인 것으로 와 닿는다.
미국의 미술평론가 리처드 바인은 문씨의 이런 작품들을 "천상을 연상케 하는 우아한 회화, 일상의 사물을 삐딱한 시선으로 찍은 사진"이라고 평했다. (02)734―9467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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