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조건 하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고통스런 처지에 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투표를 통해 자신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에 추가하여 탄핵에 대한 찬반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이중적 선택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국민은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투표를 한다. 하나는 '과거평가적'(retrospective) 투표로서 후보나 정당의 과거 행태, 정책, 이념, 실적을 평가해서 표를 던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래선택적'(prospective) 투표로서 후보와 정당이 제시하는 정책이나 미래 비전을 보고 표를 던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차원에서 투표를 하는 국민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무엇인가? 과거평가적 투표를 하는 국민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주로 여소야대 국회에 대한 평가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다수야당을 선출하여 행정부와 입법부가 다른 정치세력에 의해 운영되는 '분할정부'(divided government)를 만들어 주었다. 그러므로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지난 4년간의 분할정부를 평가하여 앞으로도 계속 분할정부를 유지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거야 심판론''탄핵폭거 심판론'은 전형적인 과거평가적 투표자에 호소하는 선거전략이다. 국민이 지난 4년간 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 주었는데 다수 야당은 견제와 균형을 넘어서 소수파 정부의 국정발목잡기만을 하였고, 급기야는 임기를 1달여 앞둔 시점에서 대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대통령 탄핵을 밀어붙여 헌정 위기까지 초래한 데 대해 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선택적 투표를 하겠다는 국민에게 주어진 주요 선택지는 첫째, 세계화 정보화 탈냉전의 시대를 이끌어 나갈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젊은 리더십으로의 교체를 국회에서도 이루어 낼 것인가의 여부, 둘째,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을 승인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데 동의하느냐의 여부, 셋째, 대통령제하에서 국회의 주 기능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이다.
주요 정당들은 젊은 리더십으로의 교체가 국민의 뜻이라고 읽은 것 같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공천 물갈이가 있었고, 물갈이를 둘러싸고 민주당은 내분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공천 받은 젊은 후보들이 과연 미래지향적이고 개혁적인가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의 몫으로 남아 있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승인여부도 중요한 미래선택적 투표쟁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이 적극적이다. 우리당은 개혁의 로드맵을 실천하고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여당의 안정의석이 필요하다는 '안정의석론'을 제시하고 있으나, 한나라당은 아직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제 하에서의 국회의 주 역할이 대통령에 대한 견제인가 아니면 국정의 동반자인가의 선택이다. 한나라당의 '거여견제론'은 국민이 탄핵이라는 과거 평가에만 초점을 맞추어 열린우리당을 거대 여당으로 만들어 주면 일당 독재가 재현될 수 있고, 따라서 한나라당에 다시 표를 주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당은 '거야경계론'으로 맞서고 있다. 다시 한나라당을 다수로 만들어 주면 그들은 견제자의 역할을 넘어 의회쿠데타를 시도할 것이고 이는 국정의 마비상태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4·15총선에서 국민에게 주어진 주요 선택지이다. 다른 총선보다 복잡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3김시대 이후의 한국 민주주의를 설계하는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참여하여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임 혁 백 고려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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