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 후보자 및 자제들의 병역의무 이행 사항도 16대와 마찬가지로 '권력 있는 곳에 병역 없다'는 속설을 새삼 확인해 주고 있다. 특히 일부 후보자는 병역 소집을 의도적으로 피하다 면제 기준 연령을 채워 입영을 기피한 의혹도 드러났고 '병명 확인 불가' 등 면제 사유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다. 후보 아들들의 병역 의무 이행 실적도 국민 평균치에 크게 밑돌았다.31일 선관위가 잠정 집계한 전국 243개 선거구의 등록후보 657명중 병역의무 이행 대상인 남성후보 620명 가운데 17.7%인 110명이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고 신고했다. 후보 10명 중 2명꼴로 군대에 가지 않았다는 말이다. 16대때 21.9%보다는 다소 낮아졌으나 1일 최종마감 후에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선관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정당별로는 열린우리당(37명) 한나라당(25명) 민주노동당(14명) 민주당(11명) 등의 순이었다.
후보 직계비속들의 병역의무 이행 실적도 마찬가지다. 직계비속 병역 신고 대상자 330명 중 병역 미필자는 98명으로, 이중 입영 대기중인 65명을 뺀 순수 병역 미필자는 33명(10%)에 달했다. 이는 2003년 신체검사 대상자인 1984년 출생자 중 2.4%(병무청 통계)만 면제 받은 것에 비해 4배에 달하는 수치로 이들의 면제 사유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후보들의 면제 사유로는 연령대가 높은 인사들의 경우엔 질병, 고령 등을 이유로 한 면제가 두드러졌고, 우리당과 민노당 후보들중에는 민주화 운동 등에 따른 수형(受刑)을 사유로 한 면제도 많았다. '생계 곤란' '정신분열증' '체중 초과' 등의 사유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에 대해서는 의도적 병역 기피 의혹도 드러났다. 광주 남에 등록한 민주당 강운태 후보는 장기대기로 소집면제 된 것으로 신고됐고, 충남 보령·서천의 무소속 이긍규 후보는 병역 미필 사유가 '63년 현역병 입영기피, 82년 병역의무종료'로 기록 돼 있어 병역을 일부러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후보는 오른손 검지 일부마디가 없어 질병 판정으로 면제됐고, 민노당 김용진 후보는 한쪽 발가락 결손으로 면제돼 눈길을 끌었다. 우리당 김태홍 후보는 부자가 함께 면제됐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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