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는 사람들은 좋겠네. 이 지독한 불황에 돈이 넘쳐 나니.'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산업 매출액은 3조5,000여억원. 1997년에 비해 무려 3배가 넘는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난리를 쳤으니, 올해에는 그 규모가 더 클 것이다. 당연히 모든 영화인들 주머니가 두둑할 것이라고. 모르는 소리. 한국영화가 잘 될수록 떼돈 버는 인간은 셋 밖에 없다. 투자자와 제작자와 멀티플렉스 경영자.
1,100여만명 동원한 '실미도'는 대략 660억원을 벌었다. 절반이 극장 몫. 나머지 330억원에서 마케팅, 광고, 배급 비용을 포함한 총제작비 120억원을 뺀 210억원이 극장상영에 따른 '실미도'의 순수익이다.
210억원의 배분을 보자. 제작사(한맥영화사)에 따르면 투자사인 플레너스가 60%(126억원)를 가져간다. 통상 나머지 40%(84억원)는 제작사 몫이지만, 이 영화의 경우 감독이 지명도를 내세워 지분으로 그 절반을 요구해 42억원만 챙기게 됐다. 그럼 강우석 감독은 얼마를 벌었을까? 플레너스가 자기 회사이니 총이익의 80%인 무려 168억원을 독식했다. 게다가 감독료 3억원, 배급(시네마서비스)까지 독점해 26억원을 더 챙겼다. 그래도 해외수출, 비디오, 방송 판매 수익은 남아있다.
착취에 가까운 분배구조
주연 배우들은? 성과급 계약을 못해 출연료가 전부다. 그 돈도 적지는 않으니 그나마 낫다. 밤낮 없이 6개월 가량을 고생한 200여명의 스태프는 비참하다. 순제작비 82억원중 12억원을 나누었다. 2003년 국정감사 자료와 똑같이 주연배우 출연료의 2%에도 못 미치는 1인당 600만원 꼴. 1년에 두 편을 해도 연봉이 1,200만원이다. 더구나 그 적은 돈을 녹음, 조명, 촬영 팀장이 임의로 분배한다. 오죽하면 중국서 촬영한 한 영화의 경우, 녹음팀 막내가 4개월 동안 죽도록 고생하고 50만원을 받아 노동부에 제소했을까. 아무리 도제식이라고 하지만 이건 이중 착취다.
돈 많은 강우석 영화라고 다르지 않다. '실미도'에 미국 직배사가 투자하려 했을 때는 '남의 돈'이니 평소보다 1.5배를 주려 했다가, 플레너스로 바뀌자 '내 돈 아까워' 오히려 깎았다는 후문이다. 유일한 기대가 흥행 보너스인데, 그게 '거지 동냥 주듯' 제작사와 투자사 마음대로다. 관객 1,000만명이면 뭐하나. 두세 명 떼부자 만들어주려고 온몸으로 스크린쿼터를 사수했나.
일등공신 대접 이래서야
방법은 하나. 할리우드처럼 적정한 임금과 합리적 배분, 정당한 성과급과 고용안정을 위한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으로 이 문제를 연구한 한국영화 4부 조수협회는 "도제시스템이긴 하지만 스태프도 임금 근로자다.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노조가 생기면 제작비가 커져 경쟁력이 약해진다고 제작자와 투자자는 말할 것이다. 그럼 그들이 앞장서 천정부지로 올려놓은 배우 출연료는?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 외국 평론가들은 "미국서는 10배는 들여야 나올 화면"이라고 말했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가 스태프의 저임금 덕분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은 영화가 좋아 일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한다"며 노동과 전문지식을 착취하지 말라.
당장 서둘러야 한다. 3년 전처럼 '운동'으로만 끝나지 말아야 한다. 어려운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고, 지금은 여건도 좋지 않고, 나는 조금 더 받으니까 괜찮다고 외면하면 영화에 돈이 아무리 넘쳐도 당신들은 '그늘' 신세다. 그러니 강제규 감독의 평가처럼 '진정 한국영화 부흥에 일등공신'인 한국영화 스태프여, 단결하라.
/이대현 문화부장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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